[정지윤의 사회 칼럼] 정상인 또는 비장애인, 무엇이 바른 표현일까

 

가끔 어른들은 이런 말을 한다.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다. 내가 다른 나라에 살아본 적이 없어 우리나라가 비교적 살기 좋은 나라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것 같다. 그러나 문득 우리나라는 과연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일까? 라는 질문이 들었다. 사회적 소수자라 칭해지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가 과연 좋은 나라일지 의문이 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질문을 하겠다. 장애인의 반대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쩌면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정상인’이라는 표현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상인의 반대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통은 비정상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이 표현의 잘못된 점을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인이라는 표현 속에는 이미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의도가 내재하여있다. 그 표현이 무의식 속 튀어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이미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이다. 2016년 8월 24일, 법제처는 법령에 포함된 ‘정상인’이라는 단어를 ‘비장애인’으로 바꾸기로 했다.1 이전까지는 놀랍게도 법령에 정상인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는 국가의 국회와 행정부가 제정한 법률과 명령을 뜻하는 법령 속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담긴 용어가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옳지 않은 인식에서 비롯된 차별 용어들은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정신 지체를 영어로 번역하게 되면 mental retardation이다. 여기서 retard는 모자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부정적인 단어이다. 이를 이유로 2007년에 장애인복지법 규정에 따라 정신 지체라는 표현은 지적 장애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2 또한 ‘난쟁이’라는 단어도 저신장 장애를 가진 사람을 낮잡아 보는 의미가 담겨있다. 난장이 열린 곳에서 저신장 장애인이 광대 짓을 했던 것에서 비롯된 단어로, 차별적인 표현이다.3 이외에도 귀머거리, 벙어리장갑 등 우리 사회 속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표현이 이미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인종 차별적인 표현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유행하던 ‘흑형’이라는 유행어도 명백한 인종 차별적인 표현이며, 똥남아, 짱깨, 튀기 등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단어들을 쉽게 볼 수 있다.4 친근함을 표시하는 표현이 아니고 왜 차별 표현이냐고 의문이 든다면, 백인을 지칭하는 다른 표현은 있는지 생각해보면, 백인을 비하하는 표현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장애, 국적, 성별, 나이 등을 다 떠나서 모든 사람은 같은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인격체를 가진 사람이다. 이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는 미개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 사용하던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평생 아프게 할 상처를 주는 말일지도 모른다. 평소 자신의 언어습관을 점검하고,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 사소하다 느껴진 것부터 하나하나 함께 바꿔 간다면 우리나라는 비로소 정말 모두에게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1. 인용: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1608141531001

2. 참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8657427&memberNo=3501412

3. 참고: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311

4. 참고: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2100807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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