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독서 칼럼] 성장의 시간

 

가을이 가고 있다. 아니 벌써 겨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고마비의 가을은 짧기 때문에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푸르고 높은 맑은 하늘 아래 쾌적한 기온의 가을은 독서하기도 좋은 계절이라고 어른들이 늘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 가을 하늘을 여유 있게 쳐다보며 책을 펼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대한민국 고등학생으로서 간절히 해 보게 되는 시간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이 시를 읽고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의 방문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였던가.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었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다가가고 있나. 우리는 사람들을 너무도 가볍게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시구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만나는 그 무수한 사람들, 그 과정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회적인 만남. 그러면서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볼 사람들이 아니라며 너무도 가볍게 사람들을 대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옛사람들은 작은 인연 하나도 그것이 쌓여 자신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람이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다 이유가 있고 인연이 있어서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마치 운명론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음은 결국 나 스스로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까지 도달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느라 정작 나 자신을 온전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소홀하게 여기지는 않았나?’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이고 미래의 나일 텐데 나의 일생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을까. 나를 이해하고 환대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환대하며 맞을 수 있을까. 시<방문객>은 한 편의 문학작품이면서 동시에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인문학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든 한 줄의 시구절은 이 가을이 나에게 준 귀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가 전해준 깊은 울림은 문학 공부만을 위한 시 읽기에 머물렀던 나의 독서의 효용을 확장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시로 인해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다.

 

가을이 다 지나면 더욱더 차분한 겨울이 올 것이고 그 겨울은 우리에게 성숙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겨울의 침묵을 흘려보내지 말자. 겨울의 침묵 속에서 내면이 깊어지는 문학작품 하나를 만날 수 있다면 가을에 이어 겨울은 우리의 성숙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가올 겨울 동안 또 다른 나에 대한 고민과 만날 계획을 세워본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나를 돌아볼 문학 작품 하나를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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