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영의 독서 칼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많은 사람은 동물의 권리에 대하여 고민하고 심지어는 동물을 지키고 싶어서 동물을 위해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아예 다른 곳으로 틀어버리기도 한다. 동물권이라는 단어 역시 1970년대 후반에서야 나타난 개념으로 인간이 아닌 동물도 인권과 같은 권리를 지녔다고 말하는 개념이다. 나는 이러한 동물권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김한민의 '아무튼 비건'과 하재영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읽고 동물에 대하여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은 비건인 저자가 우리가 비건을 해야 하는 까닭과 현재 동물들의 상황, 그리고 사람들이 비건에 대해 말하는 정보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었을 비건에 대한 거짓 정보와 커다란 오해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었던 가장 잘못된 생각은 '왜 굳이 우유나 달걀까지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거지? 달걀은 괜찮은 거 아닌가?'와 '비건을 하면 맛없는 음식들만 잔뜩이고 엄청나게 참아야 한다던데?'였다. 책을 읽은 지금 첫 번째 의문점부터 해결하자면 정답은 우유와 달걀은 생산해내는 과정에 있다. 우유를 얻기 위해선 어미 소를 강제로 임신시키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후 송아지가 태어나면 우유를 얻어내기 위해 송아지를 어미 소로부터 때어낸다. 우유 한 잔을 위해 수많은 소는 강제로 임신하고 아이와 생이별을 해야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유 한 잔 마시는 것과 동물이 고통받는 것의 무게를 따진다면 당연히 우리가 우유를 포기하는 것이 올바른 것 아닐까. 다음으로 해결한 의문점의 답은 '아니다'이다. 책의 내용 중에선 '많은 비건들이 비건을 하면서 재료에 신경 쓰다 보니 비로소 음식의 진짜 맛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또한 인터넷을 잠시만 찾아본다면 수많은 조리법이 쏟아져 나오니 이 정도라면 비건을 시작하기엔 충분한 조건인 것 같다.

 

앞서 소개한 또 다른 책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번식장부터 시작해 도살장까지 곳곳의 장소에서 고통받는 개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뒤 가장 기억에 남던 문구는 '사람이면 자살했을 거예요'였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개들이 어떤 방식으로 끔찍하게 죽임을 당하는지, 어떤 이유로 방치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책의 서술이 꽤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약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충격을 받았고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충격적인 부분을 적으라고 말한다면 아마 책 전체를 필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이면 자살했을 거예요'라는 말이 이해되었고 개들의 맑은 눈망울에서 삶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애처로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물권에 대하여 생각한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우리가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실천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내 주변 친구들에게 '많은 동물들이 고통 받는데 채식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라고 말한다면 대부분은 '채소에서 고기맛나면 채식할게'라던가 '한국은 채식을 하기엔 부적절한 환경아니야? 귀찮아'와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채식 레시피가 존재하고 동물들이 끔찍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부분이다. 그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방치해두기엔 너무 많은 수의 동물들이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우리 생활의 사소한 부분만 바꾸더라도 과거보다 해소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인간에 의해 방치되는 동물들에 비하면 우리가 포기해야 할 부분은 너무나도 작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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