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현의 사회 칼럼] 악법은 법이 아닌 '악'

악법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악법은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는 나쁜 법이라는 뜻이지만 지키기 힘든 법이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우세한 법을 뜻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는 시대적인 배경에 의해 '청년을 부패시키고 국가의 여러 신을 믿지 않는 자'라는 죄명으로 사형을 선고받으며,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시대적인 배경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소크라테스이지만, 개인의 주관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판단된다. 


아테네 비극의 이야기 중,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오이디푸스는 친아버지를 죽이고 친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게되고 그 신탁은 실제로 일어나게 되고 결국엔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인 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찌르고 안티고네와 함께 떠나게 되는데 그 뒤를 이어 테베의 왕위를 놓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번갈아 왕위를 맡자는 약속을 어긴 에테오클레스를 몰아내기 위해 폴리네이케스가 이웃나라의 도움으로 조국을 공격했다. 결국 둘 모두 죽게 되고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는 치르나 반역자인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는 치르지 못하게 명령한다. 이에 안티고네는 아무리 법이라도 자신의 오빠 장례를 치러주려다가 크레온에게 걸려 처형선고를 받는다.  Dura lex, sed lex. 우리 말로 번역하면, 악법도 법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악법은 실정법을 말하며, 크레온이 주장한 법이다.1 반면, 안티고네는 자연법을 주장하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도덕성 중 양심을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크레온의 악법을 지키는 것이 아닌, 이를 맞서야 한다. 

 

 

첫째, 국민이 있기에 국가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제 11대 대통령인 전두환은 독재정치를 펼치기 위해 수많은 악법을 개정하며 시민들을 탄압하며 폭력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악법을 따르는 것은 오히려 국가가 붕괴되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는 민주사회에서-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명백하게 악법이고 국민이 이러한 법을 지킬 이유는 없다. ‘누구든지 도시를 세운 자에게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옳은 일이든 옳지 않은 일이든 마땅히 복종해야 한다’ 라고 크레온이 말하였다. 하지만 옳지 않은 목적 혹은 일로 나라를 세웠다 해서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 나치가 유대인들을 지배했을 때 아이히만은 유대인들을 대량학살하였지만 그저 복종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요구하였다. 아이히만처럼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입히거나 죽이기까지 할 수 있는 말에 무조건 복종할 필요는 없다. 또한 악법에 대한 복종이 무조건적으로 안전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비록 악법이 법일지라도, 우리는 이를 지켜야 할 마땅한 이유는 없다.

 

둘째, 법은 인간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고,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2 그러나, 악법은 법이 존재하는 목적과 모순이 되기 때문에 법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과 행복 추구권에 반대하는 이념일 뿐이고 이는 법의 가치를 훼손한다. 악법이 과연 사회에 있어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악법이 아닌 ‘법’이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악법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있어 혜택을 보는 그러한 법이다. 악법은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지 못하고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 하여, 악법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붕괴되며 전체 법질서가 무너지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악법이 그저 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복종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 전체를 ‘악’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또한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다. 철학에서의 양심은 사회에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을 내가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인 것을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배우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양심이 변질되기도 한다. 비록 국가가 정한 법이지만, 인간들에게는 양심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이 국가의 법이 악법이 될 때, 지키지 않아도 된다. 양심으로 인해 악법이 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게 되고 이는 우리에게 악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 사회가 완전해 보일지라도, 악법은 늘 존재한다. 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차별적으로 대한다. 비록 악법이 오랜 시간에 거쳐 만들어졌을지라도, 이는 명백한 악이다. 이를 무조건적으로 지킨다면, 선과 악에 대해 무분별해질 것이다. 악법이 국가에서 규정된 법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우리는 악법에 순응하는 자세가 아닌,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서 더 나은 선법으로 바꿔야 한다. 이게 바로 진정한 법치주의를 위한 바람직한 자세이다.

 

각주

1.참고: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29 
2.인용:https://www.scourt.go.kr/kids/court/court_need/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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