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령의 독서 칼럼] The Giver(기억전달자)가 전해주고 싶었던 이야기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책 기억전달자(The giver)를 한국판으로 원어로, 영화로 모두 보고 난 뒤 작품에 대해 든 생각을 써보고자 이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 대해 짧은 소개를 하자면, 이 책은 로이스 로리의 디스토피아 SF 소설 4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며 뉴베리상을 타고,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모든 것이 통제되는 세상, 한치에 ‘다름’을 용납하지 않고 모든 것을 통제하며 ‘같음’이 유지되는 세상 속에서 이전의 모든 기억을 짊어지는 임무를 맡게 된 조너스의 이야기와 그의 변화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같음’만을 유지하던 사회 속 ‘이상 행동’을 한 비행기를 보고 겁먹는 조너스로 부터 시작한다. 조너스는 12살 기념식에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기억 보유자’의 지위를 선택받게 된다. 그리고 기억 전달자로부터 기억을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사회를 벗어나 그 너머로 가고, 이를 통해 이 차디찬 사회에 감정을 불어넣어 주기로 한다. 마침내 그 너머에 도착한 조너스는 썰매를 탔던 자신의 첫 기억을 떠올리며 이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조너스가 사는 사회는 말 그대로의 디스토피아를 보여주고 있다. 싸움도 없고, 범죄도 없고, 차별도 없는 사회이다. 모두가 바라던 평화로운 세계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회는 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꿈에서조차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또한 색깔을 볼 수 없고, 음악을 즐길 수 없으며, 성욕은 약을 통해 통제된다. 거울을 보거나 남을 칭찬하거나 비하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규칙들을 세 번 어길 시 임무해제(release)를 받게 되는데, 이는 안락사를 뜻한다. (맨 처음 돌발 행동을 한 비행기 조종사는 임무해제를 받았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그것을 모르며, 안락사를 진행하는 사람조차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선 이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혼자 고통을 짊어지고, 그 대가로 지혜를 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기억보유자’ 즉 조너스를 말한다. 

 

책을 읽고 난 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보면서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완전한 흑백에서 시작하지만 갈수록 색깔을 얻게 되고, 조너스가 받았던 기억을 더 잘 느낄 수 있었고, 마지막에 조너스가 도착한 장소와 조너스의 첫 기억(썰매를 타던 기억)이 겹치는 것이 큰 여운을 주었다. 

 

나는 책을 읽고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 즉 ‘인간의 성질’을 포기하였지만, 아무 탈 없이 평화롭고 순조롭게 살아가는 사회와 범죄와 차별 등이 많지만 그래도 각자의 본성을 잃지는 않은 사회 중에서 어느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렇게 해서 다수가 행복할 수 있다면 소수나 규칙에 따르지 않는 사람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될까? 이런 가짜 행복도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과연 사람들은 이를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감정이 통제되어야만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면 감정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유토피아는 꿈꿀 수 없는 것일까?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게 살기 위해선 법 같은 안정한 강력한 통제와 불안정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맞춰가는 감정 중에 무엇이 더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일까? 저 둘이 모두 있어야 하지만, 저 둘이 충돌하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의 뜻을 따라야 할까? 나는 이런 의문들에 대답은 구하지 못하고 진정한 ‘유토피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기억전달자는 기억은 우리에게 지혜를 주기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기억을 통한 고통과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또 실수하고, 또 배우고 그렇게 계속 배우게 된다. 또한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따뜻했던 기억 하나만으로 가브리엘과 그 추위를 견뎠던 것과. 영화 ‘코코’에서 산 사람의 기억에서 지워진 영혼은 영원한 죽음에 빠지는 것처럼 기억은 단순히 ‘과거’가 아닌 ‘현재’까지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기억의 힘은 참 대단하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