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건휘의 영화 칼럼] 무언가를 피터지게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면

<위플래쉬> 속 열정이란 무엇인가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언젠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혹은 가장 사랑하는 일을 인정받기 위해 피 끓는 열정을 최선으로 헌신해본 적이 있는가? <라라랜드>로 세계적인 감독 대열에 이름을 올린 데이미안 셔젤의 데뷔작 <위플래쉬>에서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드럼을 사랑하는 천재 소년의 불타오르는 성장기를 엿볼 수 있다. 만약 지금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 혹은 목표를 이루는 것에 있어 확신이 서지 않거나 열정을 확인 받고 싶다면 이 영화를 극히 추천한다. <위플래쉬> 속 앤드류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성장통을 함께 느끼며 말이다.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앤드류는 학교 내 최상위 지도자인 플레처 교수 밴드의 보조 드러머로서 들어가게 된다. 누구에게나 선망받는 플레처 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미친 듯이 연습에 매진하고 눈에 띈 결과, 메인 드러머 자리까지 꿰차게 되지만 행복도 잠시, 잘 가르침과 동시에 폭군으로 유명했던 플레처의 폭력적인 레슨에 하루하루 피 말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앤드류는 버티지 못했던? 이전 단원들과 다르게 압박이 더해지면 더해질 수록 완벽한 연주를 하기 위해 피를 보면서까지 연습에 매진한다. 교통사고가 난 이후에도 응급실이 아닌 공연장으로 향할 만큼 드럼에 대한 열정 그리고 플레처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자신의 전부였던 앤드류의 한 편으론 대단하고 한 편으론 씁쓸하기도 한 성장기가 우리에게 '열정'이란 무엇인가를 야기하고 있었다.

 

<위플래쉬>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을 수상했다. 필자는 <위플래쉬>의 편집 방식이 이 이야기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탁월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앤드류가 깊숙한 지하실에서 홀로 조명을 받으며 드럼을 미친 듯이 연습하는 장면이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드럼의 빠른 비트에 맞추어 급박한 컷의 호흡은 관객에게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몰입감을 높이는 데에 충분했다. 이후 플레처 교수를 만나고 더욱 드럼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며 연습에 매진하는 앤드류의 독백 씬에서도 이렇게 짧은 호흡 연출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감독은 이처럼 박진감 느껴지는 연출을 통해 관객이 앤드류의 심리에 공감하게 했다. 우리는 이런 연출 안에서 인물의 내면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는 플래처 교수와 앤드류의 사제 관계 이상의 대립을 낳기도 한다. 특히나 플래처 교수는 악명 높은 지도자였기에, 플래처의 압박식 레슨 방식이 과연 옳은 지도자의 자세라 할 수 있는지는 <위플래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논쟁거리이다. 플래처는 앤드류의 심리를 자극하여 연습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의 가정사를 건드리기도 하고, 아주 조금 박자가 엇나가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연주하게 하는 등 객관적인 시점으로 보기만 해도 압박감이 화면 밖까지 느껴질 정도의 지도를 한다. 필자 또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플래처 교수의 제자들처럼 감정 소모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앤드류가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완벽한 합주를 맞춰 플래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듯한 결말로 막을 내리며, 최고의 드러머로서 성장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 밖에서는 플래처 교수의 도덕성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 사회의 주입식 교육 방식을 비판하는 의식을 갖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앤드류는 플래처 교수의 압박과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난을 딛고 공연에서 완벽한 연주를 해낸다. 이처럼 앤드류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피 터진 손가락을 얼음물에 담가가며 드럼 연습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열정 때문이지 않았을까. 필자 또한 열정 가득한 청춘의 도약이 담긴 <위플래쉬>를 보며 자신의 재능을 무한 사랑할 줄 아는 힘의 원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러분 또한 앤드류처럼 어떤 시련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존재가 있는가? 특히 꿈을 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이라면,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도색해보는 것이 첫 번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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