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연의 게임 칼럼] 공포 게임에서 연출이 중요한 이유

 

치지직 거리는 효과음과 꽤 짠한 화면 해상도. 배경은 놀이터와 어두운 심야. 화면이 전환된다. 한 소녀의 얼굴과 상반신이 보인다. 그리고 그 소녀의 눈이 커지면서 모니터 너머의 플레이어를 응시한다. 그녀는 손을 뻗어 쩍 벌어진 입으로 다급하게 말한다. 목소리 또한 갈라져 있다.

 

앞서 묘사한 부분은 이건 아만다 더 어드벤처 중 한 장면을 나타낸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장면이 하나도 없는데, 우리는 마우스 클릭 한 번에 왜 이리 떨고 있는 걸까? 고작 키보드 몇 번만 누르는 데에 있어서 손에 땀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가 공포 게임을 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긴장감과 언제, 어디서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그 아득함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심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공포심을 이용하여 제작한 게임들은 큰 인기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공포 게임에서 공포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바로 연출과 효과이다.

 

먼저, 연출에서는 BGM과 캐릭터의 외관 등이 이곳에 해당된다. BGM이 으스스할 때, 캐릭터의 외관이 처음부터 소름 끼칠 때, 무서운 분위기를 불러 일으키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BGM이 밝을 때, 외관이 주변 분위기에 맞지 않게 귀여울 때에도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다. 공포 게임의 '역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아만다 더 어드벤처>가 대표적이다. 아만다 더 어드벤처의 첫 시작은 플레이어가 다락방을 청소하다가 용감한 소녀인 아만다, 겁쟁이 양인 울리가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에피소드 1, 2, 3으로 구성된 비디오들을 보는 것이 게임이 진행되는 방향이다.1  아만다 더 어드벤처가 유명한 게임이 된 이유는 에피소드 2부터 시작되는 연출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BGM이 중간에 멈추기도 하여 침묵으로 두려움을 준다거나, 외관이 오히려 간단하고 대충 만들어진 듯한 느낌에 괜히 무서워진다. 그에 더해서 갑자기 변하는 아만다의 성격과 쨍한 색감은 기괴한 분위기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여 준다.

 

하지만, 기괴한 분위기만으로 이목을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 그것이 바로 효과에 있다고 본다. 여기서의 압박감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맵과 점점 바뀌는 주변 상황들이 이곳에 해당된다. 유저들은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의 종류가 공포라는 것을 알 것이며, 여기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맵 속에서 유저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려움에 상시 경계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은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초기에는 멀쩡하던 맵이 점점 플레이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명이 어두워지거나, 배경 색이 붉게 변할 때, 다음 맵에서는 어떻게 더 무서워질지 예측할 수 없는 아득함 그것이 심리적인 압박감일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Precipice>가 있다. 이 게임은 유명한 편은 아니지만, 이 게임만의 특성은 확고하다고 생각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맵에서 점차 주변이 변화하는데, 굉장히 기괴한 마네킹들이 등장한다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이용하여 일반적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호러 게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자극한다.

 

앞서 말한 두 가지의 게임은 모두 그 전체적인 분위기를 장악하는 BGM과 주변 그래픽들을 통해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해준다. 즉, 연출과 효과에 변화를 준다면 인기를 끌 수 있는 공포 게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공포를 생산해내는 게임이란, 모니터 안의 게임에서만 국한된 무서움만으로는 진정한 공포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

 

그 공포를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공포 게임의 결정체가 되는 것이고, 다양한 요소와 퀄리티가 높은 연출적인 면모가 두드러질 때, 거기에 더해서 숨겨진 이스터 에그, 혹은 이 공포 게임이 시사하는 바-예를 들어, 단순히 무서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숨겨진 스토리로 인해 진행되는 부분이 여기에 속한다-를 추가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류 공포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앞으로의 게임 산업은 무궁무진하게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게임 산업에서 '공포'라는 키워드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충분히 많은 임팩트를 돋보이는 공포 게임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출시될 공포 게임들의 연출력이 고급스러워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각주

1.<인용>: https://namu.wiki/w/Amanda%20the%20Adventu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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