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의 영화 칼럼] 가족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

 

 

 

칸 영화제에서 10분이 넘도록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영화 <브로커>를 보게 되었다. 가족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주고 많은 교훈이 있는 영화라고 하길래 내용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상영 시간이 2시간이 넘어서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따뜻한 내용의 영화를 좋아해서 접해 보았다.

 

비가 오는 날 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 소영이 아기를 보육원의 베이비 박스 앞에 두고 떠난다. 소영이 자리를 떠난 뒤 그 아기를 상현과 동수가 데리고 온다. 그들은 아기를 불법적으로 입양시키는 브로커다. 그런데 다음날, 소영은 아기를 돌려달라며 상현과 동수를 찾아온다. 상현과 동수는 아기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소영은 그들을 조금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사례금이 나오기도 한다는 말에 소영은 아기 때문인지 사례금 때문인지 선뜻 동의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그 뒤를 원래부터 브로커를 쫓고 있던 형사들이 따라다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기를 입양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진심으로 아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고, 형사들이 덫을 놓기 위해 연기했던 사람들도 있고, 아기를 잃고 다시 아이를 간절히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기를 입양시키러 다니면서 소영과 상현, 동수는 점점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간다. 마지막에 소영이 형사들에게 자백을 하게 되면서 아기를 입양시키려던 동수와 입양자는 경찰서에 가게 되고, 상현은 소영을 위해 마지막 범죄를 저지르고 자취를 감춘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소영, 동수, 상현 이들 모두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다. 소영은 어린 나이에 성매매 집단에서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거둬져 성매매에 노출되었고, 동수는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랐고, 상현은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외면받는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이러한 면으로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가까워지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소영이 어쩌다가 성매매 집단에 노출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점과 소영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음에도 아기를 낳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점,  왜 형사가 아기를 버린 소영을 그토록 싫어하고 미워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점들을 알았더라면 내용을 조금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 같고, 인물들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낳기 전에 지우는 건 죄가 가볍고, 낳고 나서 버리는 건 죄가 무거워?!” 이 대사는 극중에서 소영 역할을 연기한 아이유가 했던 대사다. 이 대사가 유난히 인상 깊게 다가와서 낙태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낙태는 임산부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와 친인척 간의 임신,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 임산부에게 신체적 질환이나 정신적 질환이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또한 임신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다. 소영은 성매매로 낳은 아기이니 낙태가 가능했음에도 아기를 낳았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어쩌면 소영은 성매매로 낳은 아기였어도 아기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았을까. 결말에서 소영이 아기를 보기 위해 일자리를 얻는 등의 노력을 하고 형사에게 아이를 부탁한 것을 보아서는 아기를 진심으로 생각했다는 짐작이 가장 와닿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이란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가족일까라는 생각도 같이 해보았던 것 같다. 어쩌면 피가 섞이지는 않았어도 서로 내적 친밀감을 공유하는 소영과 동수, 상현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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