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빈의 철학 칼럼] 21세기에서의 칸트

 

 

저명한 철학가 임마누엘 칸트. 그는 무조건적인 정언명령으로 도덕법칙을 만들어 그것만을 따르며 사는 것을 강조했다. 보편주의와 인격주의에 의거한 법칙은 매우 견고했다. 그의 세계에서는 ‘하얀 거짓말’ 도 안 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라는 도덕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는 그가 살던 시대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가끔은 거짓말이 필요하고, 가끔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21세기에서 바라보는 칸트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반려 동물 천만 시대, 동물보호법,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등. 현대인들에게 동물은 꽤나 큰 의미들을 포함한다. 동물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되고, 배곯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에 드는.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은, 도덕적인 권리가 있고,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들. 동물 학대는 동물들이 아파하니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칸트에게는 좀 다르다. 그 역시 동물 학대는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의 인격이 훼손되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방금 막 칸트가 싫어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작할 때 말한 하얀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만약 당신이 친구가 상처 받지 않도록 하얀 거짓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상상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당신은 ‘친구를 위한 일이니 잘 한 일이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칸트는 바로 “너는 도덕적이지 못 한 사람이야.” 라며 당신을 질책할 것이다. 어쨌든 거짓말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하얀 거짓말을 함으로써 하나의 도덕 법칙을 어겨버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임마누엘 칸트라는 사람은 고지식하고 딱딱한 사람일 수 있다. 지금과 전혀 사고방식이 맞지 않는. 하지만 그가 세운 정언명령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라.”1 그의 인격정신 주의가 잘 보이는 문장이다. 또한 그는 선한 의지를 긍정했다. 인간의 이성과 선함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이런 점은 오히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점이 아닐까.

 

사람을 쉽게 미워하고, 부러 이기적인 마음을 품고 행동하며 사람을 단순히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을 살아가기 위한 능력으로 보는 현대 사람들에게 칸트의 선의지를 이야기 해주고 싶다. 고지식해 보이는 이 철학가가 21세기의 우리들에게 해주고 싶은 본질적인 말은 ‘그것이 도덕이기에 마땅한 도덕을 따르라.’ 라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던 칸트는 분명 모두가 거짓말을 하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니, 보편타당해질 수 없으니 부정했을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윤리, 단순히 그 행동이 선하기 때문에 따른다면 우리 주변의 갈등이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 임마누엘 칸트, 제 2 정언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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