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청소년 매니페스토 실천단 영향력이 있긴 한걸까

 

매니페스토란 개인 또는 단체가 대중에 대하여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선거 공약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1 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4월 국내 최초로 '청소년 매니페스토 실천단'을 모집했다. 보통은 간단하게 '청매실'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청매실의 취지는 청소년들이 직접 경기교육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한다는 것에 있다. 경기도 교육감과 시민단의 추첨, 서류 심사를 거쳐 경기도 내에서 초중고 학생 30명이 선발됐다.2 7월 13일 오후 2시에 경기도교육청 광교 신청사 18층 라운지에서 발대식이 열렸다. 목요일 오후 2시에 열린 발대식이라, 많은 학생이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참석했다. 필자처럼 학교가 방학을 앞두고 4교시까지만 수업하기도 하고 광교 신청사와 학교가 가까워서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참석해도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학생은 학교가 멀어서 지하철을 타고 2시간 넘게 걸려서 발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청매실 발대식이 시작되고 첫 번째로는 정책기획관님께서 말씀하셨다. 주로 청매실의 취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둘째로는 청매실 단원증을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셋째로는 테이블에 있는 다양한 사진을 보고 학교를 상징하는 사진을 각자 골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을, 사진을 이용해 발표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사진을 골라 인상 깊은 발표를 한 단원들도 있었다. 한 명씩 발표가 끝나고 나서는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고 나서 10분 동안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쉬는 시간이 끝난 뒤에는 본격적인 청매실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정책 설명이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자세한 정책 설명은 없었고, 간단하게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설명을 다 들은 뒤에는 단원들이 사전에 조사해 온 것을 발표했다. 단원들이 조사해 온 것은 더 알고 싶은 교육정책과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이었다. 몇몇 단원들은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하기도 했고, 또 어떤 단원들은 바라는 정책을 자유롭게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청매실의 발대식과 첫 활동이 끝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실망스러운 활동이었다. 아쉬운 부분과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아쉬운 점은 가장 중요한 경기교육 정책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정책 설명을 짧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발대식 시간을 줄이고 정책 설명 시간을 늘리는 게 더 낫지 않았나 싶다. 발대식을 그렇게까지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단원증 수여식을 간단하게 했으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청매실 활동의 취지에 대한 설명은 많이 해주었지만, 구체적인 활동 방법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얼마나 자주 청매실 활동이 진행되는지, 다음 청매실 일정은 언제인지, 앞으로의 활동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꼭 알아야 할 게 많았지만,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이 부분들에 관해선 설명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행사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관계자에게 여쭤보았다. 그분은 '아마 분기에 한 번씩 이런 활동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대면으로 만날 예정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으니까, 우려는 더 커졌다. 청매실의 위촉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인데, 분기에 한 번씩 만나서 활동을 진행하는 거라면 앞으로 딱 한 번밖에 활동을 진행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단원들의 활동이 경기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경기도교육청 광교 신청사까지 오는 데 이동시간이 긴 학생들을 고려하여 분기에 한 번씩 가끔 모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분기에 한 번은 터무니없이 적은 횟수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비대면 모임이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다. 이번처럼 정책과 관련된 자기 생각을 단순히 발표만 하는 방식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비대면으로 만나 활동을 진행하는 게 가능할 테고, 화상으로 소통하면 훨씬 더 자주 모여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대면 만남과 '분기에 한 번씩'이라는 적은 활동 횟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인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려되는 점은 하나 더 있다. 청매실 단원들이 낸 목소리가 잘 전달되었는지, 개선된 점은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청매실의 취지는 쉽게 말하자면 '정책이 잘 실현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의견과 지적이 제대로 전달됐는지의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취지와 모순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번에 활동할 때는 이러한 아쉬운 점이 보완되어 더 실속 있는 청소년 매니페스토 실천단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참고 및 인용출처

1인용: https://ko.m.wikipedia.org/wiki/매니페스토

2인용: _ https://m.yna.co.kr/view/AKR20230713129900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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