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의 독서 칼럼] 문명의 운, 총균쇠

문명의 발달은 모두 운이다

 

가축화, 작물화된  동식물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유라시아에서 제국, 문자, 쇠 무기 등이 제일 먼저 발달했고  다른 대륙에서는 그보다 늦어지거나 끝까지 발달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궁극적 원인이 된다. (총균쇠 p.127 인용)

 

국가마다 문명이 발달한 정도는 다르다. 어떤 국가들은 여러 식민지를 건설했지만, 어떤 국가들은 식민지는커녕 중세 시기의 문명, 혹은 그 이전의 문명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문명 발달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여러 학자는 인종의 차이가 문명의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하였다. 백인은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유전적으로 우월한 인종'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1 '종의 기원'에서 나왔던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적자생존의 원리가 올바르지 못하게 적용되어 '사회진화설'이 된 것이다.  문명의 차이가 왜 발생했냐고 물어봤을 때 가장 쉽게 댈 수 있는 근거가 사회진화론이지만 모두가 사회진화론이 옳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다. 새로운 견해를 완벽하게 제시한 역사적인 책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이다.2 

 

'총균쇠'는 굉장히 두꺼운 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학생들은 필독서로도 많이 접해본 책이다. 이렇기에 이 책을 한 번에 읽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고 그렇기에 이 도서와 관련된 여러 영상과 자료들을 찾아가며 점진적으로 독서 활동을 해나가야만 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단순히 문명의 운과 농업 등에 대한 정보만 깨닫는 과정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이 긴 책을 읽으며 책을 해석하는 문해력,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력, 그리고 이 책과 자신의 삶, 자신의 관심 분야 등을 연관지어 생각해보며 더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 창의성 등 다양한 역량들을 기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 한 권을 읽음으로써 다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교양 있는 사람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이 책을 한 번쯤은 꼭 읽어보고 농업과 문명의 연관성과 인간의 문명 발달에 대해 깊게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총균쇠'에서는 문명의 발달이 모두 운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1532년, 스페인 제국이 잉카 문명을 완전히 제압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168명의 스페인 군대와 8만 명의 잉카제국 간의 싸움에서 어떻게 수적으로만 보더라도 완전히 불리한 스페인 군대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의 원인이 존재한다. 일단, 스페인 군대는 전투의 상대인 잉카제국에 대해 매우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나 잉카제국은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잉카제국은 전쟁을 위한 아무런 준비도 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그다음은 제목에서도 나타나 있는 '총소리'였다. 심리적으로 고통을 위한 총을 쏘니 잉카제국의 원주민들은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쇠', 즉 칼과 발전된 무기 혹은 기술도 전투를 스페인 군대에 더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균'이라고 볼 수 있다. 스페인 군대의 사람들은 몸속에 천연두, 장티푸스, 홍역을 잉카제국에 가지고 왔다. 스페인 군대의 사람들은 이러한 질병들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잉카제국의 사람들은 내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군대는 어떻게 잉카제국이 가지지 못한 총, 균, 쇠를 가질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원인은 농업 혁명이다. 농업을 통해 인구가 모이고 그렇기에 각자의 능력에 맞춰 분업할 수 있어 전문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량의 저장, 배분, 계산의 과정에서 문자가 만들어져 난 것이다. 이 문자를 통해 선조들의 여러 시행착오들을 기록할 수 있게 되고 엄청난 데이터를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농업 혁명에 필요한 가축의 문화에서 전염병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농업이 존재하긴 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유라시아 대륙과 달리 대륙이 세로로 길기 때문에 농업의 확산이 쉽지 않았다. 대륙이 가로로 길어야 위도가 같아져 기후, 식생, 그리고 토양이 일치하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라시아 대륙에는 처음부터 가축으로 쓸 수 있는 다양한 포유류가 많았다. 그렇기에 애초에 유라시아는 대륙 자체가 농업의 확산에 유리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문명의 발달은 유전적인 우월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스페인 군대가 잉카제국을 몰락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스페인 군대가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나는 이러한 문명 발달의 우연성을 현대 사회의 빈부격차에 적용해 보았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조던이 부자인 이유는 마이클 조던의 우월한 유전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이클 조던의 농구에 대한 재능은 충분히 찬양할 만하지만, 사회에서 농구에 열광하지 않고 농구에 무관심했다면 마이클 조던이 지금과 같은 부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사회의 트렌드, 사회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따라 사람이 얻을 수 있는 부의 정도가 달라지고 그렇기에 농구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부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농구를 잘하는 유전자가 아니라 농구를 좋아하는 사회에 그 사람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타인이 가진 부의 정도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거나 혹은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태도가 과연 옳을까? 어떤 사람이 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사람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에서 요구하지 않는다면 부를 얻을 수 없다. 이것은 우월성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혹은 적합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났다는 운이므로 이에 따른 경제적 성공 혹은 실패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차별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심지어 부자인 사람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부가 존경, 혹은 찬양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람들은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항상 나에게 적합했던 사회에 감사하고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주

1.참고:https://www.sciencetimes.co.kr/news/진화론은-생존경쟁을-정당화하는가/
2.참고: https://youtu.be/ZuZMdGOw-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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