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사회 칼럼] HIV 감염인들의 고통

 

HIV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이 바이러스가 생소할 것이다. HIV바이러스란, 후천성 면역결핍증, 즉 AIDS(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로 대개 8~10년가량 몸속에서 잠식한다. HIV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AIDS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HIV바이러스 보균자로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셈이다.1 

 

내가 오늘 이 바이러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HIV 감염인들의 고통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HIV 감염인들의 고통을 알게 된 것은 학교 수업 시간이 계기다. 학교 통합사회 시간에 사회 정의에 대한 모둠 활동을 했었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롭지 않은 불공정한 사례에 대해 조사해보는 활동이었다. 그러던 중 'HIV 감염인 의료차별'이라는 기사를 보았고, 해당 기사 내용에 매우 놀랐다. 이 사례를 알게 된 나는 그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이 상당하겠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아픈 HIV바이러스의 증상이 아니라, 사회적 고통 말이다. 

 

HIV 감염인 A씨가 있다. A씨는 일하던 중 엄지손가락이 기계에 말려들어 가는 사고를 당했다. 치료를 위해 여러 병원을 방문했지만, A씨는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했다. 병원들은 HIV 감염인을 치료할 제대로 된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없다던가, 코로나 전문 병원이라는 이유 등으로 A씨의 치료를 거부했다. 결국 A씨는 평생 손가락을 구부릴 수 없게 되었다. 2019년에 인권위에서는 HIV 감염인 치료거부 사례를 차별로 인정한 바 있다.2 

 

A씨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 인권위에서 약 200명의 HIV 감염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염인(HIV/AIDS) 의료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반수가 훌쩍 넘는 수가 감염인임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치료 도중 병원에서 별도의 방, 도구를 사용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수는 40.5%였다. 실제로 치료를 거부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6.4%였다. 또한. 79%의 응답자가 의료시설에서의 차별이 많았다고 답했다.3  의료시설마저 차별은 감염인들에게 큰 상처로 다가올 것이다.

 

HIV/AIDS 감염인들의 고통은 의료시설의 의료 차별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중에서라도 HIV바이러스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 아직도 HIV 감염인들에 대해 다루는 기사나 뉴스의 반응을 보더라도, 그들을 응원하는 댓글보다 비하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다수다. 화가 나는 대목이다.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그 누구도 HIV바이러스, AIDS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또, HIV바이러스 감염인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언제, 어떻게, 나,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구라도 바이러스 앞에선 평등하다. 왜 그들을 차별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가? 제대로 된 지식도 갖추지 않고 함부로 행동해선 안된다.

 

HIV/AIDS는 과거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질병이었지만, 현재는 HIV바이러스 보균자라 해도 발전된 의학 덕분에 약만 꾸준히 먹으면, 비 감염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함께 있어도, 혈액이 묻었다 할지라도, 감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 간단한 지식을 알지 못하고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HIV바이러스 보균자를 피하려고만 하진 않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바이러스 보균자가 된다면, 나는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조차 말이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HIV바이러스 감염인들은 자신을 자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회가 응원하지 않는 질병을 가지게 되었다면, 세상에서 혼자 동떨어진 기분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잘못한 게 없지만, 사회에서 도태되면 자연스레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HIV 감염인들이 자신을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 속에서 살아가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사회적 고통을 헤아리긴 힘들겠지만, HIV 감염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속에서 물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회 속 불공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세상 속에는 수많은 불공정한 사례들이 있고, 차별이 존재한다. 그중 수면위로 떠올라 주목받는 문제들이 있고, 아직 수면 아래 존재하는 차별들이 있다. 모든 사회 문제들은 해결되고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소망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각주

1.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408775&cid=60335&categoryId=60335
2.인용: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66423
3.인용: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3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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