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인의 인물 칼럼] 대중문화의 아이콘, 마를린 먼로

 

 

'금발 미녀'하면 떠오르는 인물, 마릴린 먼로.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 할리우드의 황금기 시절 그녀는 미국 연예계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결코 동화 같지 않았다. 화려한 모습만을 요구하는 미디어와 대중들 속에서 마릴린 먼로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마릴린 먼로의 본명은 노마진 모턴슨이다. 노마진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정신병 치료 때문에 위탁 가정과 고아원을 전전하였고 심지어 입양된 가정에서 수 차례 성폭행을 당하는 등 매우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 한 양부모는 그녀를 집에서 나가게 하려고 그녀를 영화관에 자주 보냈었는데 이 때문에 그녀는 어린 시절 밤낮으로 영화관에 앉아있으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1

 

그녀는 모델로서의 연예계 데뷔 이후 갈색모였던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고 자신의 본명인 노마진 모턴슨이 아닌 마를린 먼로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여러 영화들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라이징 스타에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7년 만의 외출> 등 성공한 커리어를 쌓으며 단번에 톱스타로 부상하게 된다.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그녀가 입은 핑크 드레스는 현재까지도 오마주 되고 있으며 <7년 만의 외출>에서 선보인 바람에 날리는 흰색 스커트는 그녀의 시그니쳐 포즈임과 동시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2 

 

마를린 먼로는 향수 샤넬 No.5를 매우 애용했다. 1952년, 라이프 매거진(Life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잠잘 때 무엇을 입느냐는 질문에 당당히 샤넬 No.5라고 답변했다. 사실 그녀는 누드 차림으로 잠을 잤었지만 직접적으로 '누드'라고 말하기 싫었기에 향수를 입고 잔다는 재치 있는 답변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릴린 먼로의 향수"라는 이미지는 샤넬 No.5의 컨셉을 확고히 다졌고 숙녀의 상징으로 떠오른 샤넬 No.5는 이후 패션 산업의 아이콘이 되었다.3 

 

인터뷰 질문에 대한 그녀의 표현이 굉장히 인상 깊다. 아무 옷도 걸치지 않았지만 향기를 입는다고 말한 센스 있는 답변은 그녀의 재치 있고 유연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와 동시에 그녀가 내뱉는 말 한마디가 화제가 되고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꿔 놓으며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과연 그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점도 있다. 마릴린 먼로의 일생은 굉장히 화려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이른바 '셀럽'의 모습이지만 그녀가 근사해 보이는 삶 뒤에서 어떠한 노력을 했고 고생을 겪었을지 지금도 물론 전부 짐작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사람들조차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릴린 먼로는 할리우드를 떠난 후 여성 배우 최초로 독립된 자체 제작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항상 똑같은 배역에 지친 그녀는 자신이 직접 영화를 만들면 금발의 백치미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연기력과 노력에는 집중해주지 않았고 오직 그동안 스크린에서 비춰졌던 모습이 그녀의 전부라고 판단했다. 한 일화로, 마릴린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배역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자, 기자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스펠링은 아냐?"라고 물었다고. 이렇듯 당시에는 많은 미디어에서 그녀를 조롱하고 우스꽝스러운 패러디가 난무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의 자체 제작 영화들로 호평을 받아냈고 그 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르며 오랫동안 굳혀져 있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했다.4

 

화려한 삶을 산 것에 반해 그녀의 죽음은 비극적이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힌 정서 불안과 불면증 때문에 그녀는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공식적인 사망의 원인은 약물 중독. 하지만 그녀의 죽음에는 각종 음모론과 루머들이 난무했다. FBI에 의한 타살 의혹과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까지 그녀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녀의 화제성은 사후에도 계속되고 있다.5 

 

그녀는 오랫동안 고정된 이미지로만 활동해 왔었다. 그렇기에 많은 대중들에게 한 번 깊게 박혀버린 인식은 그녀가 계속해서 비슷한 배역들만 맡도록 강요하며 단조롭고 지루한 배우 생활을 만들었을 것이다. 굉장히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고 대중들이 원하고 예상 가능한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인 셈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동일한 이미지만 강요하던 소속사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원하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다. 이 점에서 그녀가 매우 진취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생 새로움을 두려워하고 같은 이미지만 추구해왔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래 전성기가 유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자리를 대신할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하지만 대중들에게 신선한 모습을 공개하고 능동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내기 위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면은 절대 질리지 않는다.

 

마릴린 먼로가 사람들에게 이토록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패션, 미술, 문화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도 있지만 스크린 뒤 그녀의 삶과 진정한 내면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맡은 배역들은 주로 멍청하지만 섹시한 금발 미인의 이미지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실제로는 매우 똑똑했고 지식에 대한 갈망이 강한 여성이었다.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계산하였으며 그에 맞춰 행동하는 법들을 알았다. 인종차별이 수그러들지 않았던 당시에도 마릴린 먼로는 흑인 아이들과 아이스크림 컵을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흑인들과 어울렸다. 또한, 양부모에게 성추행 당한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할리우드의 남성 제작자들과 감독들의 횡포를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등 “모든 인간은 타고난 인종과 성별에 관계없이 평등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미디어가 원했던 순종적이고 무지한 여성의 모습과는 다르게 마릴린 먼로는 스스로 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진보적이었으며 당대 사회에 저항 적이었던 것 같다.

 

대중들은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스타의 모습이 아닌 스타이기 전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모습만이 전부라고 판단했고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릴린 먼로는 사실 지적이고 아는 것이 많은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미디어가 만들어낸 그녀의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편견에 휩싸인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집안일과 양육을 여자의 역할,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버는 것은 남자의 역할 등 성 역할을 나누는가 하면 흑인은 랩을 잘할 것, 동양인은 수학을 잘 할 것 등 여러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다. 인종, 성별, 국가에 따라 일반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이를 부각 시키면 결국 우리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물론 미디어 자체에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다양한 시선을 반영해야 하지만 우리도 이러한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마릴린 먼로는 생전에 이러한 말을 남겼다. "나는 누구도 속인 적이 없다. 그저 그들이 스스로 속이도록 두었을 뿐. 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원하는 내 모습을 담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 뿐. 그들은 내가 아닌 그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릴린 먼로는 매체에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자신의 진짜 모습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마릴린 먼로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단지 그녀의 외모 뿐만 아니라 내면 또한 매력적이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의 삶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지금의 대중들은 당시 사람들과 정말 다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각주

1.참고-https://m.blog.naver.com/virgin135/221519405896
2.참고-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champ76&logNo=220585860416
3.참고-https://happist.com/533214/샤넬-no-5를-입는-마릴린먼로-인터뷰-샤넬-광고로-부활
4.참고-https://shindonga.donga.com/3/all/13/108755/1
5.참고-https://shindonga.donga.com/3/all/13/1087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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