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연의 문화 칼럼] 기억의 매개체를 구입하는 이유

 

물속을 유영하며 커다란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물고기와, 카데트 블루와 달리아의 색조명이 어항 안을 비출 때마다 그 색을 받아들이며 빛을 통과해 수영하는 해파리들. 모두 아쿠아리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아쿠아리움에 있는 것도 아니며,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모습을 설명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자세하게 묘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장소에서 구매했던 기념품(記念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게 된다.

 

"기념품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우리는 특별한 공간을 다녀오면 기념품을 산다. 심지어는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 기념품은 자석, 열쇠고리, 오르골, 혹은 인형 등과 같이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위와 같은 것들을 소장하는 이유에는 물건 자체로도 아기자기하여 예쁠 뿐만 아니라,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그곳을 갔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기도 한다.

 

기념품을 사는 것에 대해 특별한 명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여행하며 즐겼던 곳을 회상하고 추억하기 위해 사는 경우가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물건을 사는 이유일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는 작은 물건들을 보면서 많은 의미를 그 안에 담아둔다. 서두에서 지금 눈 앞에서 보이지 않는 수족관의 모습을 필자의 머릿속에서 상상하여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푸른 색을 바탕으로 둔 물속 너머로 헤엄치던 열대어들이, 목을 쭉 뺀 채 눈을 마주치며 옅은 미소를 띠는 거북이가 지금 여러분의 눈에는 생생하게 보이는가? 아마 사진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소리를 듣지 않는 이상 감이 잘 잡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그 하나하나의 순간을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기념품을 사기 전까지의 추억들을 머릿속에 담아두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 추억들로 하여금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의 전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더라도, 특정한 부분은 명확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념품의 역할이다.

 

기념품의 역할은 우리에게 꽤 큰 영향을 끼친다. 한번 5년 전의 일을 무작위로 떠올려 보자. 무엇인가 그려지는가? 아마 대부분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행을 가거나, 추억을 쌓았던 장소에서 사 온 물건을 바라보자. 무엇인가 떠오르는가?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하여도 함께 혹은 홀로 웃었던 모습이건, 그 당시의 아름다운 풍경, 거리와 하늘, 아니면 비가 내렸는지 햇살이 쨍쨍하여 눈이 아팠는지, 주변 소음은 어땠는지, 아주 자세한 것들까지 생각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5년 전이라 해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과 달리, 5년 전에 샀던 기념품을 본다면 자연스럽게 그 순간이 하나의 사진처럼 떠오르게 되는 것. 그것이 기념품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다. 쉽게 말해 '기억의 매개체(媒介體)'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다시 갈 수 없을 곳, 다시 가질 수 없을 것,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하였던 것에 대해 매우 귀중한 의미를 두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귀중한 의미를 지닌 것을 더 기억하고, 순간을 가지려 한다. 그것의 결과물이 기념품인 것이다. 필자도 이와 마찬가지로 작고, 반짝이는 보석이 박힌 금빛 자석을 보면서 보였던 풍경을 떠올리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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