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빈의 심리 칼럼] 알파벳으로 표현하는 나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이 구절을 실현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 인터넷상의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도구 중 하나는 약 2년 전부터 큰 인기를 얻게 된 MBTI 검사이다. 과연 MBTI 검사는 한 사람을 나타내기에 적합할까?

 

"MBTI 검사 해봤어?", "결과 뭐 나왔어?"라고 물어보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필수적인 단계가 되었다. 결과를 공유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파벳 4개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 간의 공통된 알파벳을 찾으며 가까워지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재형 연구부장은 “자기만의 용어로 나를 설명하게 되면 상대방의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유된 틀을 사용해 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는데1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나 역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하거나 걱정된 적이 많았고 MBTI 검사는 이 부분을 해결해줄 수단처럼 느껴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비해서 타인과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 김재형 한국 MBTI 연구소 연구부장이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사람을 만나는 대신 인터넷을 활용할 시간이 커지면서 검사 도구에도 자연스럽게 노출됐을 것”2이다.

 

 

그러나, MBTI 검사는 사람들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취업에 영향을 줄 만큼3 믿을 만하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대부분 사람은 심리검사에 100%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는 검사 자체가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예를 들어, 검사에서 "당신은 타인의 말에 공감하는 경향이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 보이는 "아니오"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MBTI 검사를 여러 번 했고 결과가 항상 똑같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내 실제 성격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여기에 MBTI 검사의 핵심, "바넘 현상"이 드러난다. 바넘 현상이란,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1949년 행해진 심리 실험에서 발견되었는데, 간단히 소개하자면 모두에게 동일한 성격 검사 결과지를 나누어 준 후 대학생 각자의 실제 성격에 부합하는 정도를 평가하게 했더니, 80%의 학생이 결과와 성격이 일치한다고 말한 실험이다.4 개개인의 성격은 모두 다르고 결과지는 동일했으니 발생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MBTI 결과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MBTI 검사가 끝나면 제시되는 결과 분석은, 나만의 특징이 서술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눴을 때 각 유형에 맞아 보이는 포괄적인 특징이 나열된 것뿐이다. 즉, 흔히 말하는 "과몰입"을 해서 결과와 실제 사이의 괴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자신을 결과에 맞게 바꾸려고 할 필요도 없다.

 

MBTI 검사를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MBTI는 이미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좋은 심리 상담가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MBTI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질문지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MBTI가 아닌 다른 수단을 찾아서 "너 자신을 알라."

 

각주

1.인용:https://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32572
2.인용:https://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32572
3.참고: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22208253842809
4.참고: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77379&cid=58345&categoryId=58345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