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원의 문화재 칼럼] 지진에도 살아남은 문화재가 있다

2016년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5.1 규모의 전진이 일어난 뒤, 약 1시간 후 5.8 강진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의 지진은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역대 가장 강력한 규모다.1 2번의 지진이 일어나면서 건물 외벽에 금이 가거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생각보다 큰 피해를 보았고, 경주 부근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보고되는 피해에 비해 첨성대나 석굴암 등의 주요 문화재는 약간의 변형 이외에 별 이상이 없었다. 문화재가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하거나 받쳐주는 것이 없었음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이 칼럼을 작성한다. 

 

 

첨성대는 신라의 선덕여왕이 재위할 때 건립된 것으로 추측되는 문화재이다. 많은 사람이 첨성대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궁금해한다. 첨성대는 천문관측대로서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당시에는 농업의 번영이 매우 중요했고, 농사를 지을 때는 하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농사 시기를 정했기 때문에 첨성대의 건립이 중요했을 것이다.2 그렇다면, 귀중한 첨성대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공을 들여 세웠을 것인데, 그중에서도 노력을 많이 들인 부분이 바로 첨성대의 기반이다. 첨성대 밑에 크기가 다양한 자갈들을 섞어 충격을 가해도 그 에너지를 흡수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첨성대는 5.8 규모의 경주 지진이 일어났을 때, 2cm 정도 기울고 모서리가 벌어진 것이 끝이었다. 불국사 대웅전 지붕의 일부 기와가 무너지는 등 다른 문화재와 건물 또한 피해를 심하게 입었지만, 첨성대는 다행히 문제가 크지 않았다. 아마도 건립할 때부터 이러한 일이 생길 줄 알고 꼼꼼하게 설계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기술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 오직 사람의 머리로만 계산하여 건물을 만들었던 그 시대에 기반을 다져 총 31단의 돌을 원형으로 쌓을 수 있었을까. 이번 칼럼을 작성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안타깝게도, 경주 지진 이후에는 주변 지역에서 조금씩 지진이 일어났다. 수능을 연기했던 포항 지진이 대표적이다. 포항 지진은 5.4 규모였지만, 경주 지진의 피해를 넘어설 만큼 심각했다. 하지만 첨성대는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경주 지진의 영향으로 문화재 안전관리에 더 신경 쓴 덕분에 심하게 손상을 입지 않았다. 또한 석굴암이나 불국사 삼층석탑 등의 내진설계가 잘 되어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면서 선조들의 기술적인 지혜가 돋보였다.

 

사실 오래된 문화재를 하나둘씩 발견하게 되면서 밝혀지는 원리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어떻게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허풍일 수 있으나, 우리가 문화재의 원리를 알게 됨으로써 얻는 지식도 매우 많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원리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존과 복원, 그리고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랜 협업과 연구를 통해 그 속에서 새로운 과학적 이론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각주

1. 인용 : https://www.yna.co.kr/view/AKR20160912214051004 

2. 참고 :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2_0&VdkVgwKey=11%2C00310000%2C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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