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현의 드라마 칼럼] 우영우 신드롬, 삐딱하게 바라보자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법전을 통째로 암기하는 천재적인 재능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로펌에 취직하여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인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의 전개와 달리 매 회차 새로운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 자폐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통해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 같지만, 우영우라는 캐릭터는 일반적인 자폐인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영우라는 캐릭터의 모습은 실제 자폐인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우영우처럼 특정 분야에 뛰어남을 보이는 자폐 증상인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자폐인의 비율은 전체의 1% 남짓이라고 한다.1) 지적 능력이 뛰어난 자폐인들은 습득 능력 또한 뛰어나 타인의 말투나 행동을 학습하여 의사소통에서의 어색함이 많이 줄어드는데, 우영우의 모습을 보면 자폐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에도 여전히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그려졌다. 상위 1% 자폐인이 살아가는 삶을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각색하고 과장하면서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섣부른 일반화를 부를 수 있다.

 

우영우의 로펌 취직 과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영우는 부모님 모두가 법대를 졸업한, 흔히 말하는 ’금수저‘이다.정석적인 취직 과정이 아닌, 아버지의 후배가 운영하는 로펌의 스카우팅으로 취직에 성공하는 등 실제로 우영우는 로펌에 취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지연, 학연, 혈연과 같은 인맥을 통한 취업은 현대 사회에서 크나큰 악으로 취급받는 행동이다. 이는 자폐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또한, 사회에선 자폐인의 취직이 쉽지 않다. 드라마 속 우영우처럼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자폐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이 대학까지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하려는 일자리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2) 부모의 도움을 받아 쉽게 취직에 성공하는 우영우의 모습은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자폐인도 충분히 사회에 진출하여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점, 자폐인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드라마 방영 이후 SNS나 뉴스에서 자폐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증거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록 드라마 속 자폐인의 모습은 현실과 멀지만, 그것을 ‘극적 허용’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드라마의 진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1)천재 자폐인 '우영우'변호사, 현실에선 드물까? - 헬스조선 이슬비 기자 

2)중증 자폐는 갈 곳이 없다…발달장애인 46.1% "일자리 없어요" - 매일신문 배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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