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령의 사회 칼럼] 기회주의자를 보는 새로운 시각

채만식의 소설 "이상한 선생님", 전관용의 소설 "꺼삐딴 리"의 이인국 박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회주의자라는 점이다.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찾아 강자의 쪽에 붙으며 박쥐같이 살았던 인물들이다. 우리는 소설의 작가들이 그랬듯이 이러한 기회주의자들을 비판하고, 비난하며, 이렇게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주의자들이 꼭 나쁘기만 한 걸까?

 

우선 기회주의자의 사전적 의미는 일관된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눈치 빠르고 무엇이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지키며 줏대 있게 행동하지 않고, 이쪽저쪽 왔다 갔다하므로 박쥐 같다고 비하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이완용 같은 매국노들이 이에 속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까지 팔아먹었다. 또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다른 국민들이 일제의 탄압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같이 더 심하게 탄압했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기회주의자들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매국노들의 '애국심 없는 행동'을 비난한다. 그리고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게 모든 기회주의자와 연관이 될까? 그건 아니다. 나라를 팔아먹고, 약자를 더 고달프게 만드는 융통성 없는 기회주의적 행동은 잘못된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요즘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간다. 슬픈 이야기지만 이런 빠릿빠릿한 세상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금방 뒤처지기 쉬워진다. 세상이 바뀌는 대로 빨리 적응하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육감이나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하면 크게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커뮤니티에 '교육감 바뀌면 대학 어떻게 가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 올라오고, 입시학원 등에선 '고교학점제에서 대학 가는 방법' 등 그 상황에 맞는 다양한 대안을 고안한다. 또 교육감이나 교육과정이 바뀌면 이 상황이 또다시 벌어진다. 사실 자신의 줏대를 지킨다면 '~~에서 대학 가는 법'을 검색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하던 것을 마저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쉽게 좋은 대학 가는 법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이 말고 문·이과 문제도 기회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타고난 것이 다르고, 이를 위해 문·이과가 나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이과로 가는 추세이다. 상위권 고3 70%가 이과이며2, '문과는 아사, 이과는 과로사한다'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아이들은 문과에 재능이 더 있어도 '취업'을 위해 이과로 간다. 원래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르고, 자신에게 적성인 일을 찾기 위해선 문과로 가야 하는 학생들이 말이다. 

 

또한 주식 투자도 어떻게 보면 기회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더 오를 주식에 투자한다. 그리고 이가 최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할 때쯤에 주식을 되판다. 사실 주식체계는 제로섬게임(게임 이론에서, 참가자가 각각 선택하는 행동이 무엇이든지 참가자의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제로가 되는 게임3)으로 내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어있다. 그들의 지식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붙으며 자신의 이익으로 손해를 볼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다. 

 

이처럼 기회주의적 행동은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으며, 급변하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능력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또한 융통성이 지켜진다면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세상을 선,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생각보단 좀 더 입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좋겠다.

 

각주

1.인용: https://ko.dict.naver.com/#/entry/koko/c670a2e8e1404e6aaae64e251e33d7cc

2.인용: https://www.fnnews.com/news/202206191347048159

3.인용: https://ko.dict.naver.com/#/entry/koko/17d66c02a8374297a66818658e999a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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