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린의 미술 칼럼] 진정한 편리성의 시대를 위하여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셜 디자인

 

근 십 년간 무선 이어폰이 줄 이어폰을 대체했고, 번거로운 각종 절차들은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대체되었다. 쏟아지는 기술들은 편리함을 신조로 세상을 더욱 빠르고 간편하게 바꿔가고, 사람들은 그것에 열광한다. 시대가 강박적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한 세상은 누군가에겐 먼 얘기일 뿐이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아주 기본적인 생활부터가 불편함의 연속인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들은 문턱에 가로막혀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며, 입구에 가파른 계단이 있는 버스를 탈 수 없다. 모든 음료의 점자 표기가 같기에, 편의점에서 원하는 음료를 고르지조차 못한다.  작고 사소한 불편함 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반면, 누군가의 일상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들은 외면당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1970년 로널드 메이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수가 고안한 개념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이는 1970년대 미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특수 시설 설치에 따른 비용과 문제점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고안되었다.1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장애, 나이, 국적 등 조건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 제품 등을 위한 디자인이다. 저상버스, 자동문, 오디오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더 잘 알려진 베리어 프리와는 다른 개념이다. 베리어 프리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건축물, 제품 등을 이용할 때 일반인과의 신체 조건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장벽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2  따라서 베리어 프리 디자인의 경우, 일반인에게는 불필요하거나 기존 건축물/제품에 무언갈 덧붙이는 형식이 많다. 반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용자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적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득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차츰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행정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극 도입해왔고 2020년 지자체 최초로 전담 기관인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를 설립했다. 또, 2016년부터 도입해왔던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조례들을 모두 망라한 ‘서울시 유니버셜 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1년엔 모든 공공시설에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3 

 

유니버설 디자인을 소수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우리에겐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해선 안된다. 우리는 어린이였고, 필연적으로 노인이 될 것이며, 일시적인 혹은 영구적인 장애를 가질지도 모른다. 어떤 조건에 처하든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해야만 한다. 

 

조금 느리고 비경제적일지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편리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경제성에만 매몰된 세상으로 남을 순 없다. 그 어떤 이에게도 일상의 장벽이 되어선 안된다. 나는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변화의 첫걸음은 우리의 관심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확산과 보편화를 위해선 우리의 태도 변화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진정한 편리성의 시대가 열리길 바라는 바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참고 http://naver.me/GFpY3V9c
2.두산백과 참고 http://naver.me/5Amc2hrc
3.서울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 홈페이지 참고 http://www.sudc.or.k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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