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우의 시사 칼럼]칼 폴라니로 보는 자본주의 사회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이 영화를 보고 현재 자본주의 구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이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영화는 런던의 허름한 골목길을 비추며 시작한다. 40년간 목수로 일했던 다니엘 블레이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질병 수당을 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구청에서는 아픈 것을 증명할 수 없고 구직활동을 한 과정을 알 수 없으니 질병 수당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민영화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만연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복지국가의 뿌리가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윤 추구를 위한 사회보장제도 앞에서 인간 최소한의 권리는 무너지는 모습을 영화는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0년 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끝나고 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였을 때도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극빈자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1 따라서 그는 새로운 개념인 사회적경제를 주장하였는데 이는 자본주의 및 신자유주의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 소득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고자 공동체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뜻한다.사회적 경제는 ‘경제’라는 것은 사회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다른 분야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흘러가고 있는데 현재의 주류 경제학은 경제의 사회적인 측면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의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잘 나타나 있다.

 

1760년대 산업혁명 이후 거대한 기계와 공장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생산요소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확보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생산 요소들이 화폐의 소환에 따라 즉각 공장으로 동원될 수 있게 하는 시장체계가 구축되어야 했다. 자본은 폭력적인 과정을 통해 인간을 상품화된 임금노동자로 ‘대전환’ 시켰다. 극단 상황에 직면한 인간은 결국 ‘굶어 죽을 것인가, 아니면 일해야 할 것인가’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시장 메커니즘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을 가동하고 노동자들을 동원하기 위해 국가가 앞장서서 개입한 근대 사회의 산물이었을 뿐이었다. 이에 인간과 사회는 경제의 비인간적인 폭력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반작용인 대항 운동을 자연스럽게 펼친다. 칼 폴라니가 분석했던 독특한 이중 운동(double movement)에서 이 점은 잘 드러난다. 이중 운동은 확장하는 경제 체제에 대항해 자신의 권리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투쟁이다.3 칼 폴라니는 효율과 경쟁이 우선시 되는, 돈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는, 불평등이 가속화되는 문제가 인간의 온전한 삶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중 운동이라는 방어체계가 어떻게 구축되어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시한다.

 

1. 인용 :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길 출판사 pg.127

2. 인용 : 사회적 경제의 개념 / 사회적 기업 협의회 http://jcse.kr/economy/mind.sky?code=mind 

3. 인용 :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길 출판사 pg.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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