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의 독서 칼럼] 감정이 사라진 사회, 기억전달자

색깔도, 감정도, 기억도 없는 세상의 삶은 어떨까

모두가 같은 나이에 자전거를 받는다. 모두가 같은 나이에 직업을 부여받는다. 직업은 사회가 정해준다. 모두가 같은 나이에 사망한다. 몸무게가 작게 나가는 신생아는 사망한다. 색깔이 없다. 사랑이 없다. 기억이 없다. 그리고, 고통도 없다.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을 잊고 살아가고 싶은가?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로이스 로리의 저서, '기억전달자'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감정이 없어진 커뮤니티 속 과거의 기억을 전달받게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억전달자'의 주인공, 조너스는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게 없는 유아 시절을 보내왔고 열두 살이 된 해의 기념식을 앞두고 있었다. 열두 살 기념식은 매우 특별한데, 그 이유는 사회에서 정해준 직업을 부여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조너스는 친구들인 피오나, 애셔와 함께 열두 살 기념식에 참석한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다 직업을 부여받지만 마지막 순번의 친구가 직업을 부여받을 때까지 조너스의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조너스는 직업을 부여받지 않았다. 조너스는 "선택"되었다. 

 

이 커뮤니티는 사람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질서와 편의를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없앴다. 이 모든 과거의 기억들은 딴 한 사람, 기억전달자가 소유하고 있다. 조너스는 이 기억전달자에게서 기억을 넘겨받고 다음 기억전달자가 될 사람으로 선택받은 것이다. 조너스는 왜 선택받았을까? 조너스는 용기와 화합력, 지능 등의 덕목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물을 초월해서 볼 수 있는 시선'이다. 영어로는 'Capacity to see beyond'라고 나온다. 이 커뮤니티는 모든 사람을 완전히 똑같이 대우하기 위해 색깔을 없앴지만,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기 이전부터 빨간색을 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조너스는 훈련을 받게 된다. 그는 행복한 기억들, 가족과 따스함 그리고 사랑에 대한 기억을 전수 한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들도 많이 전수 하게 된다. 전쟁, 가난, 죽음에 대한 기억을 전달받는다. 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받은 조너스는 더 유년 시절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했던 '전쟁놀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조너스 이전에 다음 기억전달자로 선정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메리인데, 사람들은 그녀를 '실패한 선택'이라고 부르며 그녀의 이름을 커뮤니티에서는 언급조차 해서는 안 된다. 로즈메리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받은 뒤 고통을 참지 못하고 도망쳐버리는데, 이때 그녀는 커뮤니티에 '석방(release)'을 요구한다. 조너스는 '석방'이 커뮤니티에서 바깥 세상으로 보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는 '석방'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커뮤니티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몸무게가 작게 나가는 태아를 접하거나 나이가 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약물을 투입해 죽음을 유도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저녁, 자신의 집에 함께 있었던 신생아인 가브리엘이 '석방' 당할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그는 가브리엘과 함께 커뮤니티를 탈출한다. 걸리면 '석방'될 것이기 때문에 그는 커뮤니티 행사가 진행되어 모두가 정신없을 때를 노려 커뮤니티를 탈출한다. 이야기는 조너스와 가브리엘이 커뮤니티를 탈출한 뒤 음악 소리가 들리는 바깥세상에 왔음을 암시하며 끝난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모두 잊고 싶어 한다. 실제로 사회에 존재하는 '무드셀라 증후군'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 행복한 기억만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도피 심리에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우리 현대인들은 과거의 기억에 끊임없이 고통받고, 어떻게 보면 기억을 없애는 것이 공리를 증대시키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디스토피아를 보면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과연 죽음을 모르고, 전쟁을 모르고, 과거의 실수를 잊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일까? 그렇지 않다. 사회가 우리를 속이고 우리를 단순히 죽이는 일을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설명하는데 우리는 무지의 상태로 그게 바르다고 믿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우리는 행복한가? 물론 만약 그것이 실제 상황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위치에서 그 상황을 상상해보면 소름이 끼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커뮤니티에서 과도한 사회적 질서를 위해, 행복만을 추구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무시할 수 있는가? 우리는 자유로운 상황 속에서 자율적인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고통도 무엇인지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독립적인 자유가 성립할 수 있게 되고 우리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자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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