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시사/심리 칼럼] 익명성을 무기로 삼은 악플러들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보면 사이버 세계 속 익명성의 폐해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직접 입에 담기도 거북한 말들이 수많은 댓글에 당연한 듯이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악플’이다. 이러한 악플은 주로 연예인에게 향한다. 남들에게 자신을 많이 내보여야 하는 직업이기에 이들은 악플러의 표적이 된다. 누군가는 연예인이라면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악플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이고 연예인은 그것을 감당할 의무가 전혀 없다.

 

최근에는 많은 유튜버가 악플의 피해자가 되었다. 유튜브 시청이 일상생활로 자리 잡게 된 시대이기 때문에 유튜버들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 그 관심이 적대감과 분노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얼마 전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몇몇 유튜버들은 분노에 찬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방송 생활을 완전히 접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뒷광고를 한 유튜버들의 잘못은 분명하다.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행위를 했으며 이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인신공격과 모독은 처벌의 방법이 될 수 없다. 잘못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하고 적절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자체를 비난하고 허위 사실까지 퍼뜨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악플러들은 아무 이유 없이도 다른 사람을 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어떤 사람의 죄는 악플에 대한 핑곗거리가 되어줄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악플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려고 마음 가는 대로 욕을 적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악플러가 악플을 쓰는 이유는 공통적이다. 먼저, 집단주의적인 생각과 모방 심리가 악플이 계속 이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그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집단 속에 혼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낙인을 새겨버린다. 이러한 집단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모두 틀렸다’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게 된다.1 이러한 생각이 악플로써 표출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우리는 남을 모방하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악플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또한, 악플러들은 남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정의로운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자신이 나쁜 사람의 잘못을 알려주는 것뿐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하지 못할 말들을 익명성을 무기 삼아 내뱉으면서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몇몇 악플러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한편 여러 포털사이트는 악플을 막기 위해 댓글창을 닫았다. 연예뉴스는 물론 최근에는 스포츠뉴스의 댓글 서비스도 중단된다고 알려졌다. 댓글창은 사람들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 공간에서 발생하는 악플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댓글 서비스의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댓글란 폐지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2 이처럼 악플을 없애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댓글창 폐지만으로는 악플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창이 폐지되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악플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댓글창 폐지로 긍정적인 소통까지 막는 것보다는 악플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악플은 줄어도 악플러는 남는다’는 말3이 있다. 악플러들이 함부로 던진 말에 한 사람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얻는다. 악플러들의 악의가 가득한 글에 한 사람이 죽음을 선택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악플러들의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엄격한 교육과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참고: https://blog.naver.com/syous0/222022067813

2, 3 인용: http://www.bloter.net/archives/399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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