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우의 시사칼럼 6] 요즘, 뭐 먹고 사세요?

간편식품의 성장

며칠 전, 학교 마지막 7교시 수업을 마친 후 친구 셋과 편의점에 갔다. 필자와 친구 한 명은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고른 반면 나머지 둘은 세븐일레븐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혜리도시락을 골랐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 먹는 친구들을 본 적은 없었다. 왜 도시락을 고른지 물어보니 둘 다 학원 가기 전 저녁으로 먹는다 했다. 맛있을까 싶어 반찬 몇개를 조금 먹어보았는데 나름 괜찮았다. 그 후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 찾아보았고, 그때 처음으로 편의점 도시락이 양과 맛, 저렴한 가격 이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음식임을 알게 되었다.


편의점 도시락의 특징은 이처럼 양, 맛, 저렴한 가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요 고객인 청소년들과 직장인들이 원하는 그대로이다. 그 덕분에 편의점 도시락은 불과 몇 년 사이 급성장 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성장했고 2016년에는 3대 편의점의 도시락 매출 성장률이 160%대에 육박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지금도 전국의 수 많은 편의점들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 그리고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성장률은 20~30%대. CU의 겨우 고작 8%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급격한 성장률 둔감에는 무슨 이유가 숨어있는 것일까? 편의점들이 도시락 투자를 줄여 맛이 떨어져서 일까? 혹은 도시락의 위생상태가 불량이었기 때문인가?


앞서 말했듯이 편의점 도시락의 주요 고객은 직장인들과 청소년이다. 도시락과 같은 식품의 특성상, 소비자는 이 두 그룹으로 국한되어 있으며 청소년과 직장인 외의 사람들을 도시락을 사 먹도록 유도하기 매우 어렵다. 편의점들도 이 두 그룹을 주 타겟층으로 삼아 도시락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의점 도시락이 점점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해 작년에 정점을 찍은 것이다. 그리고 올해, 도시락 시장이 소비자를 더 이상 창출해내지 못하자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도시락 매출이 휘청거리는 사이 가정간편식(HMR)이 크게 성장했다. 가정간편식이란 말 그대로 가정에서 먹는 듯한 음식이다. (원래 도시락은 가정간편식 내에 포함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여기서 잠시 가정간편식에서 제외하겠다.) 팩으로 포장되어 있는 미역국, 해장국, 곰탕, 덮밥과 같은 식품들은 모두 가정간편식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가정간편식은 작년부터 가파른 추세로 성장하기 시작해 편의점 도시락을 앞지르기에 이르렀다. 크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우선 가정간편식은 삼시 세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포함한 도시락 식사는 주로 점심 식사 나 이른 저녁에 먹는 음식이라면 가정간편식은 매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다. 편의점 도시락도 R&D를 통해 수 많은 메뉴를 개발시킨 것은 사실이나, 국이나 탕 요리 처럼 접근할 수 없는 음식도 분명히 존재했다. 가정간편식은 집밥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도시락 보다 더 많은 메뉴를 제공할 수 있었고, 집밥 같이 아늑하고 진짜 집에서 먹는 밥과 유사하다는 점을 통해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기존 업체들의 투자와 홍보를 꼽을 수 있다. 거대 식품 업체들의 가정간편식 개발 참여는 가정간편식의 매출 상승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고 유명 배우들을 CF 모델로 삼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도 간편가정식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 상승률이 감소하고 간편가정식의 매출 상승률이 높아졌다고 해도 크게 봤을 때 두 식품이 모두 속한 간편식품(簡便食品)분야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원인은 모두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기인됐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빨리빨리 문화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들과 빽빽한 학원 스케줄로 쉴 틈이 없는 학생들은 휴식을 잃은지 오래됐고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시간 조차 빼앗겼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간편식을 이용 하는 것이다. 그리고 2인가구가 많아졌고 혼밥 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집에서 밥을 꼭 해 먹어야 한다는 인식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극심한 빈부 격차, 저조한 경제 성장률은 시민의 돈 까지 빼앗아 버려 어쩔 수 없이 가성비가 우수한 간편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간편식품은 이처럼 여러 사회적 배경 속에서 성장하게 되었다. 간편식품은 자연적인 사회의 변화와도 연관성을 가지지만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사라진 것과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 간편식품은 이제 서민들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고 그들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간편식품은 말 그대로 간편하게 먹는 '식품' 일뿐, 진정한 의미에서 밥이 될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식품이 아닌 밥을 통해 배부름을 얻고, 따뜻함 얻고, 정을 나눌 수 있다. 오늘은 한번 집에서 온 가족과 함께 제대로 '밥'을 먹어보는게 어떨까?



칼럼소개 : 안녕하세요. 보평중학교 칼럼니스트 권영우입니다.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세상이야기를 진솔하지만 날카롭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제 칼럼 많이 읽어주시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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