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채의 사회 칼럼] 펜데믹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 본 대면 접촉의 중요성

직접 얼굴을 마주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요즘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1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정보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결국 직접적 접촉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며 뛰어난 개발자,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는 거였다. 이런 지리적 집중화가 도시의 성장에 큰 이점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과거에도 지리적 집중화는 큰 도시를 형성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지만 정보통신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점에도 직접 만나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은 불필요한 것이 아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 대목을 읽으며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고 싶어져 이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다. 

 

최근 약 2년 가까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30년간 점진적으로 바뀌어갈 우리의 모습이 약 2년 간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원격 수업이나 재택근무는 가능하긴 했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먼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교과서의 ‘앞으로의 생활’ 같은 부분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기도 했으니 코로나바이러스가 시대의 변화를 조금 앞당기긴 한 것 같다.

 

 

학교에서도 약 1년 넘는 시간 동안 원격 수업을 지속하면서 나름대로 편한 점도 있었지만 불편한 점이 훨씬 많았다. 친구들과 모둠 활동을 할 때도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함께 이야기하며 밥을 먹는 점심시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학교생활 중 체육 대회나 축제 등 각종 행사들이 주던 해방감은 예전 일이 되어버렸다. 선생님들께서도 우리가 등교하는 주마다 역시 대면 수업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 사실, 현재 우리 학교는 2학기부터 전면등교를 시행하고 있다. 가끔은 원격 수업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매일 학교에 나와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친구들의 반응이다. 여전히 거리두기는 지속되고 있지만 체육 시간이나 수행평가가 있는 주면 그래도 역시 대면 수업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원격 수업의 질은 더욱 향상되어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떤 전자기기도 우리에게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사소한 시선의 마주침,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 악수 등 이런 것은 대면 접촉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 점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기술로는 많은 사람이 원격으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희망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수 천 년간 서로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 인간의 본성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만 같다. 마음 놓고 모두와 만나는 것이 힘든 상황인 만큼, 대면 접촉의 필요성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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