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과서, 계속 나눠줘야 하는가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서 새로운 교과서를 받는다. 새 학기를 여는 의례라 할 수 있겠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한 번에 10권이 넘는 책을 받게 된다. 그런데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렇게 받은 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은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학교 교과 수업은 교과서보다는 선생님이 만든 학습지 위주로 진행되거나 EBS 수능특강 등의 외부 교재를 선택하여 진행되기 때문이다. 교과서 내용으로 수업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고, 활용할 때도 수업의 주 교재가 아닌 부교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의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이렇게 교과서가 수업의 중심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장의 실제 모습이다.

 

국어, 영어, 수학이나 탐구 과목과 같은 주요 교과는 학생 개인이 자습할 때 쓰기도 하지만, 체육이나 미술 등의 교과는 학기 중에는 교과서의 존재 자체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원칙적으로는 학교 수업은 교과서가 주가 되며 학습지와 외부 교재가 부교재라고 한다. 거짓과 모순이라고 해도 좋은 정도다.

 

이런 파행적인 모습은 차치하고 경제적인 문제만 건드려 보자. 교과서를 거의 쓰지 않음에도 한 권당 100쪽에 육박하는 교과서를 학생마다 나누어준다. 제작과 인쇄에 들어가는 세금과 노고는 어떤가. 그리고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를 나눠주기 위해 써야 하는 행정력은 또 어떤가. 아주 작은 하나까지 살펴보자. 학교 서랍에 그대로 방치된 교과서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모의고사 때마다 옮기는 수고로움이 든다. 수능 시험장으로 사용되는 학교는 또 어떨까? 서랍과 사물함을 모두 비워야 하므로 학생들은 교과서를 집으로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와야 한다. 그렇다고 교과서를 버릴 수는 없다. 어쨌든, 명목상 주교재이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씩 쓰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면 이를 타개할 현실적 방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교과서 배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교과서보다는 학습지나 부교재 위주로 수업하는 학교 현장의 현실에 맞추어 여러 권의 교과서를 나누어주는 현재의 교과서 배부 시스템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론적이지만 교과서가 수업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수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이 있겠다.

 

또 다른 방법은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3의 경우 수능특강과 수능완성, 두 가지 수능 연계교재를 사실상 교과서의 지위로 승격하는 것이다. 수업에서 교과서 이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 대신 과목별로 EBS의 수능 연계교재를 무상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현장의 상황에 더 유용하고 공공기관인 EBS에서 발행한 교재이니 학교에서 배부하기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교과서가 낭비되고 학교 현장의 상황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내놓은 파격적 제안이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에서 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학생 기자의 답답한 심정이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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