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한문 교육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가

 

 

최근 한국 사회는 ‘탈한자 사회’로 가고 있다. 신문에서도 한자 병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학교에서도 한자 교육을 줄이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한문 수업이 선택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부터 초등학교에서는 한문 교육을 학교장 재량에 두도록 했다. 사실상 한문 교육의 폐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세태가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세대를 만들었다. 2018년부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찬반이 치열한 가운데 결국 무산되었다.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이 과연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에서 한자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한국어에서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 보면 한자 교육이 줄어드는 일이 바른 방향인지 의구심이 든다. 한자를 안다면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인데, 한자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학생들은 많이 겪는다. 이는 결국 어휘력 부족, 문해력 부족이라는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자 교육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면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한문 수업 선택과목화가 오히려 학생들을 고생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다양한 고전 작품을 읽는 국어 교육도 중요하지만, 한자 교육 자체도 늘어나야 한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지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와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가나 문자와 한자를 같이 사용하는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 발표한 실용 한자는 2천백 자 정도이다. 일본은 도로 표지판과 책에서도 한자 병기가 자연스럽다. 또한 2천 자 정도 범위의 한자로 교과서 내용을 병기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계별로 한자 교육을 해나가기 때문에, 학습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교과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도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독해하는 데 있어 유용한 한자를 추려 실용 한자를 정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영어 단어를 암기하듯이 암기해 두면 국어 어휘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이며 국어 문법과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학생들이 국어 문법을 배울 때 정의를 그대로 외우곤 하는데, 한자를 안다면 굳이 정의를 외우지 않고도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접사”라는 단어는 어근의 앞이나 뒤에 붙는 형태소인데, 접사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한자, 접할 (접) 말씀 (사)를 알고 있다면 굳이 정의를 외울 필요가 없다. 이러한 단어가 너무도 많다. 중고교 과정뿐 아니라 나중에 행정 분야와 같이 한자가 많은 분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용 한자를 배우면 시사 자료를 이해하는 데도 어휘와 관련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일상 생활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학교 1학년 강의는 “개론”이라는 이름을 그 끝에 붙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말을 구성하는 한자는 대개 (개) 논할 (론)으로, ‘대개 이러한 이야기를 논한다’는 뜻이 된다. 즉, 기초적 내용을 다루는 강의라는 뜻이다. 한자만 알면 겁내지 않고 수업도 고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말을 훌륭하게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한자다.

 

국어 어휘력을 높이는 직접적 장점 외에도, 학생들이 외국어를 유용하게 학습하는 데에도 한자를 배워두는 것은 도움이 된다. 제2외국어로 선호도가 높은 일본어나 중국어는 한자의 사용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자 학습이 필수적인데, 한국은 일상생활 속에서 한자를 많이 쓰지 않고 학교에서도 한문 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학교가 많다. 이 때문에 학생이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울 때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문 교육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실용 한자 위주로 공부하는 교육과정을 꾸려 학생들이 그 필요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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