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윤의 시사 칼럼] 미디어 속 장애인 대우와 현실의 괴리

 

 

채널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변호사로서 겪는 일들을 그려낸 에피소드 형식의 드라마이다. 신생 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날이 늘어나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된 점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를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자 직업이라 불리는 변호사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능력 있는 자페 스펙트럼 변호사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크게 호평을 받고 있다. 

 

미디어의 긍정적인 영향은 바로 이와 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사람들은 그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편견을 조금씩 없애게 되었고,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이것이 오히려 현실 문제에 대한 괴리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 칼럼은 '우영우 신드롬'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식 모순에 대해 꼬집고자 작성되었다. 

 

이 칼럼을 쓰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만평 '다른 반응'이다. 이 만평은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의적인 시선과 대비되는, 지하철에서 이루어지는 이동권 시위에 대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한 화면에 그려내고 있다. 필자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종종 지하철 시위를 목격한 경험은 있다. 시위가 조금 소란하기는 하였지만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시위는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을 권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마땅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하철 시위는 '일반 시민들의 통행권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비판을 받으며 매우 공격적인 시선과 함께 기사화되기 일쑤였다. 여기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일반 시민'이라는 표현이다. '일반 시민'이란 무엇인가. 장애인은 일반 시민에 속하지 않는 것인가? 

 

하지만 이 만평 또한 커다란 비판을 마주했다. 만평 '다른 반응'을 언급한 인사이트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댓글창이 대표적이다. "우영우는 남을 돕지 피해를 주지 않아요", "우영우가 민폐를 끼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스스로가 차별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은 느낌" 이라고 말하는 등 댓글들은 만평에서 비판한 시선의 차이를 "시위대가 '민폐'를 끼쳤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장애인 시위가 '민폐'라고 치부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부당하게 침해받은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 위한 시위는 국민의 권리일 뿐더러, 그 시위가 다소 소란을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이유에서 소란한 상황까지 번졌는지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시위가 처음부터 전개되었을까? 애초에 시위는 일정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에 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그간 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이다. 자폐인에 대한 인식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장애인의 현 위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잘 보여 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의 모습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 중 매우 특수한 케이스라는 점과 현실의 장애 인식과 다소 괴리된 점이 있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가 보여 주는 것은 전부 진실일 수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또한 그렇다. 우리는 '우영우'라는 캐릭터에 환호하며 "나는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거짓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지 깊게 생각하고 현실의 장애 인식에 대해 숙고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