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독서 칼럼]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삶을 존중하는 법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최근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읽기전 이 번 신작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지를 알기위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어느 책 판매 사이트에서 이 달의 베스트 셀러 랭킹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떤 책이길래 사람들이 많이 구매를 하는지 궁금해져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읽는 것조차 제쳐두고 이 책부터 읽게 되었다. 왜 굳이 라이브러리인데 미드나잇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지 궁금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잠깐 힌트를 주자면 분명 자정, 밤 12시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독특하다. 하루의 끝이자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 바로 자정이다. 마무리의 시간과 시작의 시간 사이. 그렇다면 이 도서관은 영원히 끝나는 시간과 새로운 미래을 여는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의 도서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책 내용을 살펴보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은 젊은 여성 노라로 그녀는 삶을 더 이상 지속할 의지를 갖지 못한다. 오랫동안 일하던 음반 상점에서 해고당하고 자신의 반려견 볼트를 교통사고로 잃게 되며 자신의 오빠와는 과거에 애인 댄 때문에 활동하던 밴드에 들어온 캐스팅을 거절하고 나온 후 단단히 틀어진 상태이다. 모든 것이 단단히 틀어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사람은 궁지에 몰려 희망을 볼 수 없게 된다. 노라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드디어 고통스럽던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여러 채도의 초록색 책으로 가득한 이상한 도서관에서 눈을 뜬다. 학생 때 의지하던 엘름부인이 그 도서관의 사서로 있었고 그녀는 삶과 죽은 사이에는 도서관에 있다며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참고: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인플루엔셜 )지금과 다른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은 어떠할까? 나는 가끔씩 내가 이러한 선택을 했었더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을 하곤 한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스스로를 어리석었다며 자책하기도 했었다. 다른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게 된 노라의 삶에서는 그런 미련들이 없었을까?

 

노라는 올림픽 메달을 딴 세계적인 수영선수, 유명한 가수, 북극에서 빙하를 연구하는 빙하학자, 사랑하는 남편과 딸, 반려견과 함께 사는 행복한 가정을 이룬 삶 등의 여러가지 자신의 삶이 될 수도 있었던 삶들을 살아본다. 하지만 어딘가 조금씩 자신의 이상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는다. 수영선수의 삶에서는 어머니와 영원한 사랑을 할 것 같던 아버지에게 젊은 애인이 생기고 자신의 오빠는 자신을 돈 벌이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빙하 학자의 삶에서는 북극곰에게 죽임을 당할 뻔 하며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함께 유학을 떠나기로한 삶에서는 그 친구가 죽어버린다던가, 댄과 결혼을 한 삶에서는 생각해보니 사실 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등 이런 선택을 했다면 내가 행복했을 텐데라 생각했지만 그 상상과는 전혀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참고: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인플루엔셜 )

 

이 책을 읽고 나는 결국 후회하는 것을 멈춰야 겠다는 것을 결심했다.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나의 완벽한 이상과 변수가 많은 현실을 맞아 떨어지지 않았을텐데 그 변수마저 흐릿한 눈으로 안보이는 것처럼 내가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이러지 않았텐데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선택은 n가지의 수많은 선택 중에 하나고 n가지의 소중한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게 지금 나의 모습이다. 그 n가지의 선택 중 분명 마음에 들지 않은 선택이 있을 것이다. 잠자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후회할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앞으로 나의 삶을 최선의 선택으로 여기며 과거를 후회하기 보단 미래를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로 더 이상 내가 바꿀 수 없다. 가난하든 부자든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나의 손에서 벗어난 일에 집착하며 과거를 가정하는 것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가정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삶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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