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지윤의 독서 칼럼] 나 자신을 가리는 가면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읽고

실존주의라는 사상을 알게 되고 이에 관련된 소설이 궁금하여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접하게 되었다.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니 어제였나, 잘 모르겠네. 양로원에서 전보를 보냈다. '모친사망 내일 장례, 근조.' 아무런 의미도 없다. 어쩌면 어제였을 수도." 이 책은 주인공인 뫼르소의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이 된다. 아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들의 역할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그려낸다. 책의 제목처럼 마치 주인공의 언행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래야 한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머나먼 사막 같아서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계속 읽으면서 뫼르소의 무관심한 면모가 이상하게 생각되면서도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주인공의 모습에 동요되기도 한다. 이것의 반복이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이었다. 누구는 이 책을 읽고 애매모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뫼르소가 인생을 대하는 가치관으로서 이해한다면 나름의 생활방식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뫼르소가 우발적으로 아랍계 남자를 살인한 것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뫼르소는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재판에서 뫼르소는 감형을 받기 위해 애쓰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답을 있는 그대로 가식 없이 말할 뿐이다. 그런데 그의 답변과 태도가 재판의 본질을 파묻히게 만든다. 사람들은 앞뒤 상황과 맥락을 생략한 채 ‘내리쬐는 태양을 이기지 못해 방아쇠를 당겼다.’라는 그의 진술을 비웃는다. 뫼르소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뫼르소가 장례식에서 보였던 여러 가지 태도를 근거로 그를 냉정하고 무감각하고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워 결국에는 사형선고를 받게 한다. 뫼르소는 삶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러가지 연연하지 않고 가식 없이 말을 하고 행동한다. 타인의 눈에는 뫼르소의 이러한 언행이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회화를 통해서 상황에 맞게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규칙이나 규범을 배운다. 뫼르소는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나의 감정을 숨기고 나의 생각을 가리는 가식이고 가면이라고 한다.

 

결국 뫼르소를 사형까지 이르게 한 재판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여기서 재판은 사회적 시선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잔인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을 능히 저지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그는 사형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의 부조리이다. 여기서 사회의 부조리란 사회가 규정해놓은 규범과 상식 같은 것인데 만약 뫼르소가 이 사회에 순응하고 거짓말로 그 상식에 그를 맞추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뫼르소는 사형되는 그 순간까지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끝까지 부조리에 응하지 않는 신념을 지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적 관습에 따라 연출하게 되는 일종의 연극과도 같은 사회 속에서는 필요에 의해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는데 뫼르소는 이를 거부한다.

 

신부와 뫼르소가 면회하는 대목에서 뫼르소는 어떤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고 신부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 신념은 오히려 삶의 진실을 가리고 두려움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뫼르소는 굉장히 겉돌고 있는 이방인의 태도를 취하지만 사형선고를 받고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얼마나 찬란하고 소중한지를 느끼게 된다. 결국 죽음 앞에서 역설적이게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매일 아침 사회의 부조리에 순응하기 위한 가면으로 나의 본질을 가리고 밖을 나서는 것은 아닌가?’,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맞춰 연기하는 연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와 같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인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뫼르소의 모습이 사회적 틀에 맞춰서 생활하는 보통의 우리의 모습보다 자유로워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나조차도 사회적 상식에 길들여져서 무의식적으로 뫼르소를 사이코패스처럼 몰아갔던 것 같은데 여러 관련 자료들을 조사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들음으로써 ‘상식’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고정불변한 것이고 항상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오랜 시간 사회의 부조리에 적응하고 굳어진 나의 시각을 깨는 도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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