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칼럼] K 의 마음을 바라보다

- 나쓰메 소세끼, '마음'을 읽고 4 -

나쓰메 소세끼의 ‘마음’에서 등장한 인물 중에 가장 그 마음을 이해하는데 어려웠던 인물이 선생님의 친구 K였다. 선생님이 간직한 비밀스러운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K의 죽음. 처음 책을 읽을 땐 단지 K의 죽음을 사랑하는 여인과 더 함께 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에게  사랑이 죽을 만큼 절실했던 것인지에 그 이유에 초점을 두었다. 단지 이상 간에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이해했던 나였다. 그러나 틈틈이 다시 읽게 된 ‘마음’은 K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했다.

 

‘K’에 대한 이야기  인간의 다양한 마음을 읊은 소설’ 마음’은 인간의 내외면적 불안과 고통은 물론 선악을 아우르는 인간의 본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마 인간의 바탕을 이야기함으로 오랫동안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쓴웃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 만큼 이 소설에는 염세적인 색채가 배경을 이루지만 그런데도 아름답고 맑은 생각들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심층에 있는 ‘마음’을 찾아보며 생각하게 하는 철학서 같은 ‘마음’이다.

 

자기 하숙집에 선생님은 케이를 데리고 온다. 순수한 우정에서 비롯된 배려였을 것이다. 선생님은 완벽하리만큼 모든 것에 뛰어난 K를 동경했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K에 대한 열등감도 공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것을 모르는 K는 선생님의 배려를 받으며 하숙집에 들어온다. 그 하숙집에는 어머니와 딸이 살고 있었다. 당시 선생님은 주인집 딸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K도 주인집 딸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 K의 고백으로. 그리고 마치 순진한 소년이 사랑에 빠져 재잘거리듯 선생님에게 자기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K와 딸이 마음을 주고받는 모습에 선생님은 복잡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 마음은 무엇일까 잠시 머물러 본다. K의 고백은 선생님에게 충격이었을 것이고 두려움과 밑에 깔린 열등감을 자극했을 것 같다.

 

 

 

K를 보며 위기감을 느꼈던 (열등감을 느낀) 선생님은 여인의 어머니에게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는 K는 그날 밤 자살한다. 나쓰메 소세끼는 K는 외로움으로 자살했다고 말한다. 사랑을 잃어서가 아니라 다시 올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로웠던 삶에서 유일한 친구였던 선생님의 배신이 그에게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지 예측된다. 세상에 나의 마음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대상에게 받은 불신감. 세상을 잃어버린 절망감을 그는 느꼈을 것으로 나의 마음도 아파졌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잃은 마음과 유사할 것 같다.

 

죽은 K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선생님이었다. 여기서 놀랍게도 K의 유서를 찾아 자기 때문에 자살한 것인지 살펴보았던 선생님의 행동은 그야말로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의 초라한 내면을 과감하게 들춰내는 듯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 마음이 이해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선생님의 그 마음, 이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쓰메 소세끼가 보여준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 그렇게 결혼한 선생님은 별로 행복하지 못했다. 부인을 보면 부끄러운 자신을 확인하게 되니 그럴 수 있겠다. 이 또한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극도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자살한 K,  죄책감과 고독한 삶을 더이상 버티기 힘겨워 자살을 선택한 선생님, 나쓰메 소세끼의 내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매우 극단적이다. 혹 그가 본능적 욕구와 개인적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마음을 프로이트가 말하 듯 인간의 무의식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에서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내면의 갈등이라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었다면 아마 작품 속, 인물들은 죽음에 이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해 본다. 나쓰메 소세끼  자신이 그 삶이 완벽하길 바랐던 것인지, 그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기에게 몰입했던 것이 아닐까또 다른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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