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은의 화학 칼럼] 화학자의 눈으로 미술을 바라보다

미술이란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하는 예술을 뜻한다. 말 그대로 미술은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감각 중 시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미술의 매력을 더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말로 듣거나 글로 읽지 않고서, 미술가가 완성해놓은 작품의 색, 모양, 패턴, 분위기 등을 우리의 눈을 통해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력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미술 작품을 오직 하나의 관점으로만 감상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다양한 관점의 눈으로 미술을 바라본다면, 그 분야로부터 더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미술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먼저, 미술의 역사, 더 구체적으로 ‘유화’의 역사에서 화학은 큰 역할을 담당한다.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인 ‘아마인유’를 사용하여 유화를 창시하였다. 유화는 광택, 색감, 입체감 등과 더불어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분야이다. 그런 유화의 구성 물질인 불포화지방산은 녹는 점이 낮다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불포화기가 가교결합을 하며 굳어져 단단한 도막을 형성한다. 그래서 유화로 그려진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주 견고하고 안정성 있게 유지되는 모습을 보이었던 것이다.1

 

화학적으로 해석하였을 때 아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 미술 작품도 있다. 바로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 ‘군복 입은 노인’이다. 이 작품은 겉보기에는 그냥 군복을 입은 남성 한 명으로만 구성된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발된 메크로-X선 형광(메크로-XRF)이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물감의 화학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 작품 속에는 또 다른 인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젊은 남성의 그림 위에 군복을 입은 남성을 덧칠한 것이었다. 만약 화학의 도움을 받지 못하였다면, 그림 속 숨겨진 인물은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최소한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본 적이 있을 법한 아주 유명한 미술 작품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손에서 탄생한 ‘모나리자’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눈썹이 없는 얼굴이라는 매우 널리 알려진 특징이 있다. 그래서 왜 눈썹을 그리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만연했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한 미술 전문가, 파스칼 코트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하여 다 빈치가 이 작품을 완성하는 단계에서 눈썹을 그려 넣은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화학 반응으로 인해 눈썹이 희미해져 결국 현재 시점에서는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 빈치는 이 작품을 수년에 걸쳐 그리면서 마지막에는 얼굴에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해 특별 유약 처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눈썹을 그려 넣었다는 것이 파스칼 코트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림이 그려진 16세기 당시에는 여인들이 눈썹을 그리지 않는 것이 유행했기 때문에 파스칼 코트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많은 사람은 미술을 ‘화학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화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미술은 아예 탄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며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가 다양한 분야 간의 융합을 선호하는 시대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미술의 매력을 더 자세히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에 비하면 현재 세상이 변화에 마주하는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맞게 우리도 변화를 더 유연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32963&cid=40942&categoryId=3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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