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칼럼] '마음', 나(화자) 의 마음을 말하다

-나쓰메 소세끼의 '마음'을 읽고 2

본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끼의 문학을 선택하는데 나는 고민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 작가로 1,000엔 지폐에 도안할 만큼 그의 명성은 대단히 견고하다는 것을 익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작품도 인정받아 학자와 작가로서  일석이조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이다(1867년 출생~1916년 사망)‎.국비로 영국 유학 생활 속에서 얻은 자기 생각과 정서를 작품에 담아내어 일본 문학에서 신세계의 문을 열게 했다.

 

책 표지에 그려진 그의 자태는 기품이 있고 여유로워 보여 그 성장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을 것을 예측했다. 그러나 작가의 삶을 먼저 살펴보아야 그 작품을 더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나름의 생각으로 그의 삶을 살펴본 후, 작품을 단지 로맨스로 감상할 뻔했던 경솔함을 반성했다. 그리고 고전문학을 이해하는데 마음가짐을 재정비하고  긴장감도 느끼며 읽어낸 책이다. 작품을 읽는데 사람에 따라서 재해석하고 재평가하는 것이 다양한데 나 또한 새로운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소화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유로운 시각으로 이 책을 즐기며 읽었다. 그리고 ‘마음’이라는 마음의 양식으로 인간의 관계를 위해 인간의 마음에 집중해 보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화자)의 ‘마음’을 이야기하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가마쿠라 해변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다.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게 되었다. 선생님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나(화자), 하지만 그는 자꾸만 나를 경계하고 때로는 나에게  무관심한 듯해 서운하다. 그런데도 나는 선생님에 대한 관심을 접을 수 없다. 선생님의 남다른 분위기가 나(화자)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온 것이기에 그토록 관심을 두게 된 것인지 나 또한  그 마음이 궁금하다. 단순하게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마음을 설명한다면 마치 소금을 넣지 않은 설렁탕같이 싱겁다. 책의 내용은 선생님의 삶이 주축이 된다. 그러나 굳이 적지 않은 부분을 나(화자)의 이야기로 채운 것에 ‘작가가 화자인 나를 통해 무언가 더 담고 싶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나(화자)를 따라가는데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화자), 그들의 관계를 먼저 생각해 본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와 나(화자)의 이야기에서 가 선생님에게 보여준 관심의 깊이가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없다. ‘그들은 얼마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해 왔을까’ 라는 생각은 왠지 낯설지 않다. 갈등의 주로 등장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이 같은 갈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긴밀한 관계에서 그 빈도가 커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밀접한 관계는 신뢰를 방탕으로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야 건강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까울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져 부모나 친구들 그 관계가 밀접할수록 나의 바람을 알아주고 그것을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되는 것 같다. 결국 나의 마음만으로 관계를 맺는 나가 된다. 이 같은 상황에 오히려 자기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상대에게 불평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나의 자시중심적인 생각일 것이다. 화자인 나를 따라가다 보니 관계 속에서 경험한 불편한 마음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관계는 일방이 아닌 양방이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마음'의 나(화자)도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충족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멀게한 것은 아닌지, 서로의 마음에 틈이 보이고 구멍이 생겨 그 관계가 더이상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와 나(화자)는 많이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시간은 너무 흘러 가 버렸고 계속 흐른다는 것이다.  둘의 관계에는 그 틈을 매어줄 무엇이 없었던 것일까.

 

 

누구에게 이해와 공감을 받지 못하는 마음은 면역력이 좋지 않아 상처가 나면 아물지 못하고 악화되기도 하는 것 같다. 화자인 ‘나’도 그랬었는지 그가 위태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사연이 있어 보이는 선생님에게 관심을 두게 되고 그의 외로움을 읽었던 것은 아닌지.  ‘나’의 마음이 투사되어 선생님의 수면 아래에 있는 마음에 자신을 비추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나의 외로움으로 선생님의 마음을  지켜본 것은 아닐까' 라는 이런저런 생각 속에 나(화자)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평생 지켜온 비밀을 유일하게 ‘나’에게만 전해줌으로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선생님은  ‘나(화자)’의 충족되지 못했던 욕구를 채워준 고마운 사람이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나(화자)'는  그런 선생님을 알아본 것일까. 

 

긴 시간이 속에 두 사람은 신뢰할 수 있었고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갔던 것 같다. 이것은 진정한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변함없는 ‘나(화자)’의 시선으로 선생님은 신뢰할 수 있었고 그 마음은 누구에게도 하지못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화자)'에게 전할 수 있었다. 둘의 마음은 연결되었다.

 

겉모습이 학구적이고 경제적으로나 가정생활도 별 탈 없어 보이는 선생님. 하지만 깊숙하게 내재한 선생님의 마음을 조용히 바라본 ‘나’. 이미 ‘나’는 선생님의 외로움을 읽어낸 것은 아닌지, 그래서 더 그에게 시선을 놓지 못했던 건 아닌지, 그게 바로 나와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변하지 않은 시선이 신뢰롭게 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고리가 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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