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무비적무비적] the 꿈즈 특집 - 야자탈출

하고싶은 것 많았던 학생들의 통쾌한 일탈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찌보면 꿈즈에서 상영되었던 8개의 작품들 중 가장 '쓸데 없이 고퀄리티'의 긍정적 사례를 보여준 작품이 야자탈출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인 야자에 탈출이라는 여러가지 서스펜스를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더하여 청소년 버전의 완성도 높은 하이스트 무비(범죄영화)가 완성되었다. (고등학교에서 야자탈출은 범죄나 다름없으니 범죄영화라고 봐도 무방할듯...)



초반 극의 재미와 소재 전달을 위해 약간 과장된 야자 분위기 및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쥔 선도부의 모습이 보이는데, 사실 완전히 과장된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필자가 아는 학교들만 보더라도 야자시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정적이 흐르는 학습 분위기라 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는 중이다. 


작품에서도 보이다시피 학생들에겐 공부말고도 하고싶은 것이 많고, 심지어는 진로 방향이 시험만을 위한 국영수사솨 같은 과목들과는 거리가 멀어 오히려 시간낭비라고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야자탈출의 이러한 과장된 설정은 조금은 융통성 없게 느껴지는 일부 학교들의 야자 관리 시스템을 풍자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보는 내내 피식 웃음 짓게 만들었던 꽤 재밌는 오락영화였다. 사실 영상 속 세명의 친구들이 저렇게 비장한 표정으로 , 혹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여 계획 중인 일은 그저 '하루 야자를 째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험난하기 짝이 없다. 케릭터들은 시종일관 진지하지만 관객들은 뜻 밖의 웃음을 얻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사실은 감독의 연출의도였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야자탈출을 연출한 학생은 '쓸데 없이 고퀄리티'가 줄 수 있는 웃음 포인트를 잘 알고서 연출에 적용한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야자를 짼다 했을 때 과연 저렇게 비장하게 선도부의 순찰 패턴까지 파악해가면서 탈출 계획을 그 누가 세우겠는가. 그와 동시에 문득 '오죽 힘들었으면...'이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여러분은 야자탈출의 연출자와 잠시나마 정신적으로 교감하셨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또한 쓸데 없이 고퀄리티에 포함되는 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선도부로부터 눈길을 피하는 장면에서 서스펜스, 즉 극의 긴장감을 꽤나 잘 유지 시켰다.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은 청소년 제작이라는 측면에서 가볍게 넘어가주자.) 특히나 늦은 밤의 어두컴컴한 학교 내부는 금방이라도 선도부가 튀어나올 듯한 두려움마저 조성한다. (이렇게 보면 초반에 선도부를 절대 권력자로 그린게 또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후반부에 다다르면 탈출을 다루는 영상의 하이라이트, 제대로된 추격전이 등장하게 된다. 특히 감탄한 것은 추격전에서 배치된 촬영기법과 장비가 제대로 제역할을 해냈다는 것이다. 좌우에서 튀어나오는 선도부들을 잡으면서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으로 추격전의 긴박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촬영기법, 필자가 가장 부러워했던 장비인 핼리캠까지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꽤 높은 위치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아 핼리캠이 아닐까 생각된다.) 추격전의 재미를 한껏 올려주는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딱 한가지 아쉬운 것은, 사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다. 제목과 예고편을 보면서 필자가 기대했던건 스토리가 됐건 결말이 됐건 간에 영화 '베테랑'을 연상케하는, 보는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기대했는데 결말부에서 이 작품은 백채린에게 또 다른 작전을 수령받고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마무리 된다. 과연 백채린이 남기고 간 또 다른 작전은 무엇이었을까.


작품이 끝나고 난 뒤에도 계속 얘기하고싶게 만들었지만 차라리 학교와 선도부에게 제대로 한방 먹이는 복수극을 보여줬다면 필자같은 사람들이 더 통쾌해 하며 무릎을 탁 치고 가지않았을까 싶기도하다.(개인적 취향은 존중합시다 우리^^;;;)


개인적으로 왠지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작품이 야자탈출이다. 도대체 한수는 무엇을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으며 이번에는 탈출에 성공했을까? 필자는 영원히 학교에 갇혀살 운명이지만 잠시나마 마치 내가 탈출하는 것 마냥 설레면서도 긴장타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영상을 보고난 후의 감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꿈즈 상영작들은 모두 미디어 경청 유튜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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