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청소년들이 투표를 통해 민주시민으로 당당히 성장해야한다



작년, 한창 교육감 선거가 진행되던 당시 청소년들의 교육감 투표권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해 꽤 부정적이었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학생이 무슨 정치야”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받는 주체는 우리 청소년인데, 왜 우리는 위에서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거지? 이제는 학생들도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주체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주장하고 자신들의 학교생활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갈지 결정할 권리가 주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작년 107,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정 교육감님은 교육감 선거권을 고교 1학년 나이인 만 16세로 낮추자라는 말씀을 하셨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미성숙한 학생들의 정치참여에 따른 폐해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점, 학생의 자의적 판단과 인기를 얻기 위한 공약에 학생들은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 공약보다 외모·유머감각 등에 치중한 후보선택으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공약의 실현성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주위 사람들과 토론하고 투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일자리를 창출 하겠습니다하는 공약들의 현실성 여부보다는 그 주장을 하는 후보가 '대기업 회장 출신이니까 정치도 잘 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투표하는 기성세대들도 많지 않은가.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부모님들께서 후보들의 정책 등에 대해 자녀보다 더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부모와 관련된 출신 지역이나 학연 등을 따져 투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도 투표권이 생긴다면 그에 대한 교육도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제도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투표 행위를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학교를, 교육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토론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며, 더 많은 고민과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이고 이에 따라 청소년들 스스로 정치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 2007년 투표 연령을 18살에서 16살로 낮췄다. 이후 16~17살 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자신을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정치적 성숙도는 나이 많은 유권자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 오면서 겪었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투표였다. 중학교 때는 학생회장에게 자치권이 크게 부여되는 경우도 적고, 어떤 학생이 회장이 되는 유권자들에게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적기 때문에 투표에 대한 고민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회장을 뽑을 때도 인기투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러나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내가 뽑는 학생회장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학교생활도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인기투표가 아닌 후보자들의 공약과 토론을 보고 투표하게 되었다.


국정화 논란도 그렇다. 결국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고, 이들의 판단이 교육에 반영되어야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위에서 정해주면 정해준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시험에 안 나오면 관심 없어하고 입시와 대학 밖에 모르는 바보들이 아닌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볼 줄 알고 우리의 일은 우리들이 판단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성숙한 시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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