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변명일까?

문득 이러한 막막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공부만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숨이 사진이 막힐 것 같은.


사실 우리가 배우는 것들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학문은 없다. 마땅히 배워야할 것들이라는 걸 알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단 하나의 공식으로, 단 하나의 문장들로 머리에 구겨 넣으려니 그 신비하고 설레는 이야기들은 더 이상 신비하고 설레는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왜 배우는지 모르는 공부는 더 이상 공부가 아니다. 그저 괴로운 암기일 뿐이다.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난 후 면 언제 배웠냐는 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이러한 공부, 마치 12년 살아온 삶을 평가하는 자리가 된듯 한 수능시험. 대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 때 열심히 성적과 스펙을 쌓으며, “지금 못 노는 거 대학가서 놀면 되” 라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사람위에 제도가 있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수능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것만 같다. ‘9시 등교’시행 전 가장 많은 반대 이유 중 하나가 ‘수능 시간 때문’ 이었듯이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되돌아오는 말, “공부 못하는 것들이 꼭 이래”.


우리는 이때, 대부분 두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방황한다. 하나는 “정말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가 공부를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가?” 이다.


만약 본인의 생각이 후자라면, 소위 공부 잘 한다는 몇몇의 학생들을 위주로 교육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은 그거 나름대로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처럼 수학을 단기간에 많이 가르치는 나라는 없다는 기사를 다들 보았을 텐데, 수학같이 논리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어렵고 많은양의 공식들을 하루, 일주일 단기간에 머리에 주입시키는 것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트릴 뿐, 더 이상 학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결과 수학은 어려운 암기 과목이 되어버리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독일의 예를 보자, 국가 경제력 세계 7위인(2007), 그러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순위는 매번 중하위권인 나라. 공부라고는 학교숙제가 전부이고, 구구단, 알파벳을 배우는데 1년이 걸리는 그런 나라. 필수 시험이 있다면 그건 안전과 여가에 대한, 이를테면 자전거 주행 시험 등과 같은 것들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 때는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주입식 교육제도의 대표적인 나라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나치 정권 등 전쟁과 우월주의 같은 것들만을 낳을 뿐이었고, 이를 계기로 독일의 교육은 차차 바뀌어 현재의 모습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바뀔 것 같지 않다. 아니 앞으로도 쉽게 바뀌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독일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이든, 차차 바뀌어 갈 수 있단 희망을 가져 본다.


줄 세우기식의 성적매기기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할 때이다. 진정으로 습득한 배움만이 진실 된 학습이고, 진실 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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