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빈의 사회 칼럼] 페미니즘을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페미니즘이란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이론 및 운동이다.1 그런데 요즘 페미니즘에 관한 논쟁으로 사회가 뜨겁다. 많은 의견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필자는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 사상이다'라는 의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페미니즘이 남성 혐오 사상이 아닌 이유를 말이다. 그리고 페미니즘을 나쁘게 만들어버린 사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페미니즘의 사전상 의미는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이다.2 사전에는 성별로 인한 문제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 대부분 페미니스트가 여성인 것은 맞다. 페미니즘이란 영어단어에 여성의 뜻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고 말이다. 어찌 되었든, 기본적인 페미니즘의 정의는 이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 말하는 페미니즘의 의미는 다소 다르다. 마치 페미니즘을 사회에서 없애야 하는 이론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을 혐오한다?' 이 말은 너무 특정성을 배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남성 혐오를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떤 이론이든, 파생되는 극단적 사상은 존재한다. 일부에서 지지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그 중 한 가지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페미니즘을 남성 혐오 사상으로 보는 것 또한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심해진 것은 극단적인 일부에서 시작한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안 좋게 보는 게 아니고 모든 여성이 모든 남성을 안 좋게 보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페미니즘 논쟁을 중심으로 커져 버린 젠더 갈등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GS25에서 제작한 포스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되고 사과문이 올라왔던 일을 아는가? 이것의 시작점은 포스터의 글씨 위에 올려져 있는 소시지를 잡는 손모양이었다. 한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이것이 남성 혐오를 뜻하는 표시라며 항의를 한 것이다. 필자는 글을 쓰면서도 저게 왜 남성 혐오를 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포스터의 주제가 캠핑이고, 캠핑에서 많이 먹는 소시지를 잡는 손모양일 뿐인데 저게 어떻게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저 손모양이 과거 남성 혐오 커뮤니티였던 곳의 상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정말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그리고 심지어 페미니스트조차도 이 손모양이 비난받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저게 정말 남성 혐오를 뜻하고 페미니즘이 남성 혐오 사상이라면, 페미니즘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사람들이 손모양을 이해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사실 이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는 남성 혐오자가 아니었다. 남편과 자녀가 있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특정 손모양이나 특정 단어를 남성 혐오 단어라 하며 비난하는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기업에서는 이런 비난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비난하는 쪽이 목소리를 조금만 높이면 바로 문제가 된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답답하기만 했다. 그 특정 단어들은 페미니스트든지, 지지하는 사상이 없는 사람이든지 모두 사용하는 단어다. 모두가 사용하기에 남성 혐오를 하는 일부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양옆을 보지 못하고 특정 단어를 남성 혐오 단어라고 여기며 거센 비난을 하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옳지 못한 주장을 바로잡기는커녕 수긍하고 사과하는 기업까지, 현대 사회의 왜곡된 페미니즘 인식 그리고 젠더 갈등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갈등은 또 다른 문제점이 존재한다. 일명 '생사람 잡는다'인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의 주역인 안산 선수를 아는가? 안 선수는 양궁 혼성전부터 여자 단체전, 개인전까지 모두 휩쓴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데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받아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이 올라오며 비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장의 근거는 안 선수의 개인 계정에 올라왔던 특정 단어와 쇼트커트인데, 사실 이 주장은 억지스럽다. 우선 특정 단어와 쇼트커트는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설령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라 하더라도 그가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젠더 갈등은 이렇게 점점 커진다. 처음에는 남자 혐오, 여자 혐오를 둘러싼 특정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었지만 이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젠더 갈등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 갈등은 우리 일상과 문화, 그리고 정치까지 퍼지고 있다. 현 대한민국의 청년층이 이런 갈등을 겪고 있다면, 미래 세대는 뻔하다. 한동안 이런 갈등이 똑같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꽤 심각한 문제인데 싸움에 눈이 멀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페미니즘이 왜 남성 혐오로 여겨지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은 오늘 칼럼의 제목에 있다. 물론 극단적 페미니즘도 존재하지만, 우선은 본래의 페미니즘이 있다는걸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페미니즘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필자는 남과 여로 양극화되어가는 사회가 안타깝다. 무조건 싫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더 곱씹어보고 서로 이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각주

1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15802&cid=43667&categoryId=43667

2 인용 https://ko.dict.naver.com/#/entry/koko/9e020ac535f940cea7282c4657326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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