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민의 시사 칼럼] 비대면 "언택트 시대", 소외되는 고령층

코로나 19로 디지털 정보 격차 심화.. 뒤처지는 이들 없나

'접촉하다'라는 뜻인 Contact에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Un이 결합한 신조어. 바로 언택트(Untact)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언택트는 서로 직접 마주하기보다는 비대면을 지향하는 것을 뜻한다.1 사실 언택트 사회가 도래한 것은 디지털 발전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찐' 언택트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일명 '비대면 유발자' ,코로나 19가 한몫했다.

 

코로나 19는 우리 삶의 모습을 참 많이도 바꿔 놓았다. 마스크 사용은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으며 온라인 수업은 이전에는 상상치도 못한, 전무후무한 수업 방식이다. 또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뿐이겠는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연장된 지금은 9시 이후에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집에만 갇혀 있게 된 사람들은 직접 마트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배송받는다. 음식점에는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진 탓에 직원 대신 무인단말기, 즉 키오스크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 19 이후 변화된 것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비대면으로의 전환이다. 이전에는 대면으로 했던 대부분의 것들을 전염병 예방을 위해 비대면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언택트 서비스의 사용이 급증했고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디지털 정보 활용 능력도 필요해졌다. 사실 젊은 층은 문제없다. 10대는 유년 시절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된 'z세대' 답게 온라인 수업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스템 자체의 오류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윤리적 문제를 제외하면, 학생들이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드물었다. 강제 '집콕'을 하게 된 20~30대는 배달 앱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으로 마스크 등 생활용품을 손쉽게 구매하고 SNS를 통해 세상과 여전히 소통했다. 40~50대도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고령층은 특히나 이러한 변화에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한국소비자원은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등의 언택트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언택트 서비스의 난이도를 확인하기 위한 항목에서 고령 소비자들은 100점 만점에 65.3% 정도라고 답했다. 가장 큰 불편함은 상품 선택부터 결제까지의 단계가 복잡하다는 것. 그 뒤를 이어 '주문이 늦어지면 뒷사람의 눈치가 보인다'가 있었다. 또 화면의 그림이나 글씨,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버튼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 화면당 조작 시간이 너무 짧아 처음 화면으로 넘어가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2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키오스크의 설치 비율도 크게 늘어났는데, 특히 패스트푸드점 같은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영어로 쓰인 메뉴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더불어 적지 않은 이들이 심리적인 부담감도 느꼈다고 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나 은행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인터넷 뱅킹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들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직접 은행에 가더라도 무인단말기 사용법은 여전히 어려워 불편함을 느낀다. 또 온라인으로 영화관/교통편 티켓을 예약하는 젊은 층과 달리, 고령자들은 직접 현장에 설치된 무인발권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권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듯 언택트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은 디지털 기기 활용 경험이 많지 않은 고령자들에게는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변화다. 고령층의 모바일 기기 보유율과 전자상거래(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을 보더라도 일반 국민에 비해 현저히 낮다.3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키오스크 사용 시 전담 직원이 없어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직원 호출이나 음성안내 같은 장치도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다. 키오스크 사용법을 게시한 곳은 거의 없었고, 고령자용 화면은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언택트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하면서 디지털 정보 활용에서의 '격차'가 '소외'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정보 소외 계층은 고령층 뿐 아니라 저소득층, 장애인까지 포함되는데 이중 고령층이 가장 취약계층이다. 고령층은 디지털 기기의 접근성은 높지만, 그 활용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제는 고령층의 디지털 활용 능력이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고령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고령자에 대한 IT교육과 고령자를 배려한 언택트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다.

 

먼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 교육에 언택트 서비스 관련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단체가 교육 기관을 만들어 고령층이 보다 쉽게 디지털을 활용하고, 언택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은 학교와 연계하여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난 10대가 자원봉사 차원에서 고령자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돕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층과 청년층이 서로를 돕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IT 교육의 제공 뿐 아니라 고령자를 '배려'하는 언택트 서비스도 절실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또는 성별, 장애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한 설계를 말한다. 터치스크린의 글씨나 사진이 크게 보이는 '고령자용 화면', 그리고 키오스크 사용법에 대한 안내 서비스는 일상생활 속에서 고령층이 겪는 어려움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아무래도 읽기에 불편함이 있는 영문보다는 한글을 사용하여 이해를 돕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금융기관도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았다. 모바일 뱅킹에 어려움을 느껴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고령층을 위해, 고객 응대가 가능한 무인점포(ATM)를 활성화하고 대체 창구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큰 글씨에,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고령자 전용 모바일 금융 앱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4

 

 

언택트 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코로나 19의 대유행이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와 거리 두기의 중요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뒤처지는 이들은 없는지 뒤돌아보고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s://ko.dict.naver.com/#/userEntry/koko/a644a41ebaf9cc9a670358b793e0fd96
2.참고: 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009090122&t=NN
3.참고: https://blog.naver.com/hi_nso/222003823487
4.참고: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0083001000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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