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의 시사 칼럼 19] '혐오’로 물든 세상, 위기의 소셜 미디어

최근 미국 시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을 향한 ‘#이익을 향한 혐오를 멈춰라(#StopHateforProfit)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곧 스타벅스, 코카콜라를 포함한 전 세계 기업 100개 이상의 ’페이스북 광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하루 만에 8.3%가 떨어졌고,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순자산은 72억 달러 (약 8조 6000억 원)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참고:https://www.ajunews.com/view/20200627182800868) 지난 수년간 페이스북은 특정 대상을 겨냥한 혐오 발언들을 필터링 없이 개시한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미비한 조치뿐 제도적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침내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흉악범 (thug)‘이라고 지칭한 인종 차별적 발언에서 항의가 일어나며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캠페인의 의미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의 사이에서 소셜 미디어의 잘못된 행방을 바로잡고, 소셜 미디어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알리는 데에 초점을 둔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알고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셜 미디어의 혐오 표현은 오래전부터 지속해 왔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혐오 게시물들에 대한 조처를 할 것을 권고받았지만,  페이스북은 구체적인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을 가능하게 하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카콜라 측은 페이스북에 광고를 적어도 30일간 중지한다고 선언하며 ‘이 기간을 이용하여 광고 정책을 재평가하고 수정 여부를 판단해달라, 또한 소셜 미디어 파트너의 책임과 투명성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기업들은 페이스북의 그 동안의 만행과 미비한 대처에 크게 실망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소셜 미디어로서의 진정성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미디어에 빠짐없이 존재하는 ‘혐오’라는 개념은 무엇이며, 어떻게 확산하는 것일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혐오 표현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혐오 표현들은 대부분 유튜브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고, 확대된다. 국가 인권 위원회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가 이루어진 결과 ’혐오 표현을 겪은 적이 있다‘ 가 64.2%를 기록했고, 청소년들이 혐오 표현을 경험한 장소를 조사한 결과 82.9%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응답했다. 혐오 표현은 대부분 성별, 출신 지역, 직업 등의 이유로 만들어진다. 특히 특정 지역 출신자들과 여성. 노인, 성 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이 혐오 표현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경향이 있다. 혐오 표현은 개인이나 집단에 모욕, 비하, 멸시, 위협, 선동하는 내용을 담은 모든 표현을 포함하며, 그 예로 김치녀, 한남, 흑형 등 평소에도 다양하게 쓰이는 단어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소셜 미디어의 ’밈‘이란 특성 때문에 빠르게 퍼져 나간다.

 

밈이란, 리처드 도킨스가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로,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DNA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운반자이다. 이 밈이 인간 사회로 대입되면 인간의 어떤 생각과 행동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문화 속으로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형태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밈 문화를 통해 누군가를 겨냥한 비방 표현이 퍼지게 된다면, 순식간에 누군가의 혐오가 소셜 미디어 사용자 전체에게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것이다. 복제라는 특성을 갖고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가는 밈 문화가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의지, 입장과 관계없이 밈이 만든 분위기로 휩쓸리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놀이 문화라고 하기엔 인터넷이 만들어낸 거대한 공동체로써 파급력이 너무나도 크다. 밈이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수습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당사자 및 해당 집단에 갈 피해도 눈감을 수 없다. 만약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가 누군가의 눈물을 만든다면, 그것은 이상적인 대중문화라고 할 수 없다. 밈 문화는 집단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이기에 누군가를 비방하고 혐오하는 문화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이다.

 

 

명암 대비 효과란 남을 깎아내려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뜻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남을 비방하고 혐오하는 표현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문화로 직결된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대부분 비판적이고 날이 선 댓글들이 많고, 요즘 ‘선플’을 찾아보기란 참 힘든 사회가 되었다. 최근에는 혐오 표현이 명예훼손으로 이어져 소송을 걸고, 유명인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누군가의 목숨까지 빼앗는 심각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공간은 익명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현실에서보다 비교적 쉽게, 그리고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장점을 이용하여,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안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발언을 한다면, 이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번 페이스북 사례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오는 관심과 이익을 위해서 사회적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리고,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누군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밈처럼 빠르게 퍼져 더 많은 사람들에 공유된다.

 

혐오 표현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로 해외의 선진국들은 이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일반평등대우법‘에 따라 누군가 혐오 표현 행동을 하면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은 SNS 서비스 기업에도 최대 650억 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인용: 국가인권위원회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nhrck?Redirect=Log&logNo=221496928688) 이에 우리나라도 더 현실적이고 정밀한 혐오 표현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국민을 위한 공간이다. 모두가 웃으며 소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인터넷 예절에 대한 인식과 세부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행동이 결국은 자기 자신 또한 깎아내릴 뿐이다. 이 점을 명심하여 행복하고 평화로운 소셜 미디어 공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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