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기의 국제 칼럼] 코로나19 위기를 통한 식량주권 확보의 중요성

 

 

나는 중학교 때 처음으로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궁핍한 삶에 대해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며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나라와 비정부기구들이 불합리한 제도들을 정비해나가고 힘을 합쳐 원조한다면 앞으로 100년 안에 빈곤퇴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지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확산 때문에 빈곤층이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쳐있다. 

 

FAO에서 발표한 수치로는 전 세계 식량 공급량은 충분하지만, 여러 국가가 식량 확보를 위해 국외 수출을 금지하고 있어 개발도상국을 위주로 식량위기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WHO의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선언 이후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밀과 호밀 등의 수출량을 700만 톤으로 제한하고,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을 더불어 태국, 캄보디아, 인도 등의 세계의 중요한 식량 공급망 역할을 하는 나라들이 잇달아 농산물 수출을 금지했고, 이 때문에 가나, 에티오피아 등의 나라들에선 돈이 있어도 음식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함에 따라 중남미 농업노동자에 의존하는 미국이나, 동유럽 농업노동자에 의존하는 서유럽 국가 등이 인력 부족 문제 때문에 실업자가 증가함과 동시에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고: https://news.un.org/en/story/2020/04/1061352) 기존 빈곤층은 더욱더 가난해지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해 세계경제의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식량위기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 혹은 국가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일까? 식량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최빈개발도상국들은 농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농업생산을 회복해 식량 주권을 실현해야 한다. 식량권이란 모든 사람에게 적절하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일은 도덕적 의무를 넘어 인간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식량을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용: http://www.fao.org/3/ca6911en/CA6911EN.pdf)

 

이를 위해선 식량 관련 내수산업을 발전시켜 국외 식량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현재 식량위기를 정면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식량자급률이 낮아 국외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2018년 기준 사료를 제외한 곡물자급률이 21.7%에 불과하고 (참고:http://www.wheatworld.or.kr/bbs/board.php?bo_table=menu06_02&wr_id=2) , 가뭄, 홍수 등의 기상이변 때문인 수출 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에 코로나 19와 같은 세계적 위기 상황 속에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로 농산물 수출국들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쌀, 옥수수, 밀의 가격 변동이 전 세계적으로 타격을 주며 빈곤 해소가 더 늦춰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멕시코는 1994년 미국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농업 조건의 악화 때문에 500만 명에 달하는 소농들이 퇴출당하고, 미국 농식품기업들이 국영기업으로 들어서며 자국 농업이 파괴되어 극심한 기아 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다. (참고: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3/globalBbsDataView.do?setIdx=242&dataIdx=126820)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식량 주권을 뺏기는 것은 나라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식량위기를 극대화해 나라 간 빈부격차가 커지게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서는 자국 내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고, 또한 관련 법률에 식량주권을 규정해서 자국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국가적 싸움에서 우리가 개개인으로서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조금이나마 빈곤 문제에 관심을 두고 본인의 의지에 한해 원조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을 하거나 국제사회에 관심을 두고 지속해서 평등을 위한 목소리를 낸다면 여러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빈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자국이 아니라고 배척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서로 좀 더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이런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빈곤퇴치를 위해 힘쓸 수 있지 않을까? 오늘부터 남을 배려하고 돕는 삶을 우리가 모두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