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의 시사 칼럼 1] 나를 가축 취급하지 마세요!

작년 12월 29일, 행정자치부는 지자체 저출산 극복 정책의 하나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발표했다. 논란이 된 것은 그중 한 카테고리인 ‘가임기 여성 인구 지도’이다. 가임기 여성 인구 지도는 20~44세 가임기 여성의 지역별 분포를 대한민국 지도에 기재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커지는 분노의 목소리에 행정자치부는 '지역별 출산통계를 알리고 출산 혜택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불길, 필자가 생각하는 가임기 여성 인구 지도가 뭇매를 맞은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국가가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여성의 출산 계획과 의사, 불임, 난임, 성 소수자를 무시한 가임기 여성 인구 지도는 여성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이다. 또한, 여성을 가축처럼 취급하며 임신을 시켜야 하는 개체로 만들었다. 이는 마치 성범죄를 부추기는 것처럼 비친다. 실제로 출산지도가 공개된 이후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과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 지도를 게임 ‘포켓몬 고’에 비유하면서 희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임기 여성 인구수만 공개하고, 남성에 관련된 통계는 공개하지 않은 점은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것으로,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자치부의 잘못된 의식은 출산지도 메인 페이지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메인 페이지에는 여성이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있을 뿐, 남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얄팍한 출산 정책이다.


초저출산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커다란 문제이다. 대책이 필요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출산지도와 같은 수박 겉핥기식의 성차별적 대책은 소용없다는 것이다. 청소년인 필자가 가족이나 주변 사례들을 보며 체감한 저출산의 근본적 이유는 ‘돈’과 ‘꿈’이다. 취업난과 양육비, 주거비 부담에 출산은커녕 결혼마저 어려워졌고, 결혼 후,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는 휴직이 만든 30대 경력 단절은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게 된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의 대책은 동떨어져 있다. 아기 이름을 무료로 작명해주고, 지역 신문을 통해 출생을 축하하는 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성을 출산하는 기계로, 남성을 돈 벌어오는 기계 따위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고 싶은 부모는 아무도 없다. 보여주기 식 정책을 내세우기 전에 성에 대한 올바른 의식부터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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