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영의 독서 칼럼] 우리는 과연 진실을 알고 있는가

 

 

이꽃님 작가의 <죽이고 싶은 아이>란 제목을 보고, 책의 두께를 보았을 때 그저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결말에 다다를수록 내가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시작은 한 학교에서 서은이라는 학생이 죽은 채로 발견되며 시작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서은의 친구였던 주연으로 아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판이 그리 좋지 못한 아이였다. 이상하게도 주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모두 주연이 범인일 것이라 확신한다. 처음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 확신했던 주연도 주변의 말들에 의해 점점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죽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우리가 접하는 소문과 편견, 그리고 추측들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무서운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책 속에서 주연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의 확신에 찬 비난으로 인해 주연이 살인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되었고 자기 자신조차도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사건의 진범인 목격자의 증언은 진실로 받아들이면서 정작 주연의 말은 듣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의 믿음이 한 학생을 살인자로 만들고, 타인의 죗값을 대신 치르게 만든 것이다. 이런 사건은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도 존재한다. 특히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신고하지 못하거나 누명을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노인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사람들의 갖가지 편견으로 인해 신고를 꺼리거나 신고하더라도 수사 과정에 있어서 차별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61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또한 성폭행 하지 않았음에도 무고하게 신고당해 누명을 쓰는 경우도 많다. 위와 같은 범죄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문과 루머에는 수많은 가짜가 숨어있고 사람들은 자주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편견에 기반한 의견은 항상 최대의 폭력으로 지탱된다”라는 프란시스 제프리의 명언과 같이 우리가 지닌 편견과 인식은 무서운 진실을 만들어 내고 때때로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님에도 소문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답답했다가도 과연 내가 저 상황에 놓였더라도 주연을 함께 욕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면서도 주연이 진범인 줄 알았으니 말이다. 내가 책 속 인물이었다면 그저 소문에 휘둘리기 바빴을 것이다. 나름대로 편견이 없다고 자부했으면서도 책을 읽으며 나까지 사람들의 말에 이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 정보를 사실이라 생각하고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두려움이 들기도 하였다.

 

책 속 인물들이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 버린 것처럼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진실이 되어버린 거짓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책을 접한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 정말로 진실인지 고민해 볼 차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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