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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를 지켜주세요

성남FC의 해체 위기, 시민들이 뿔났다

 

1989년 창단된 성남FC는 K리그1 우승 7회, FA컵 우승 3회,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라는 K리그에서 가장 깊고 전통적인 역사를 가진 팀 중 하나로 꼽히는 명문 축구 구단이다. 그러나 이런 명문 축구팀 성남FC가 갑작스러운 해체 위기에 놓였다. 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축구팀이 한순간에 해체의 위기까지 몰리게 된 것일까?

 

성남FC는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성남시장이 성남FC(이하 성남)의 구단주가 된다. 현 성남의 구단주는 신상진 성남시장으로 7월 1일부터 그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러나 신 시장은 7월 22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주로서는 다소 믿기지 않을 만한 내용의 발언들을 하였다. 성남FC의 향후 운영 계획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성남FC는 1부 리그에서 꼴찌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높여줘야 하는데, 매년 100억 원씩 쓰면서 꼴찌를 하고 있다. 거기다 대외적 이미지를 높이기는커녕 부정부패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새로 구단주가 된 이상, 이대로 놔두면 나도 공범이 될 수가 있다.” 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가 성남FC에 선수들을 더 영입하는 등 구단에 투자함으로써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어떤지 물어보자 “체질 개선과 근본적인 혁신 없이 돈을 넣는다면 ‘돈 먹는 하마’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선 의지도 없고 꼴찌만 하고 시민들의 혈세를 먹는 하마를 계속 갖고 가는 것은 성남시민들에 대한 배임이라고 본다.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대답했다.1

 

즉, 성남FC를 기업에 매각하거나 해체라는 제3의 방법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성남FC를 '비리의 대명사',  '꼴찌만 하는 팀'이라고 말하며 매각하겠다고 하는 것은 마치 커피를 쏟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책을 팔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에 성남시민들은 신 시장이 구단을 해체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하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나 역시 성남FC의 팬으로서 성남FC가 순식간에 해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신 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고자 한다. 

 

신 시장은 "매년 100억 원씩 쓰면서 꼴찌를 하고 있으니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신 시장의 말대로 성남FC는 2021년에 선수들, 코칭진, 직원들에게 약 60억 원의 돈을 인건비로 사용했다. 하지만 60억 원이라는 인건비는 K리그 1(1부리그) 12개 구단 중 11번째 즉 뒤에서 두 번째에 위치하는 금액이다. 가장 적은 인건비를 사용한 광주FC가 작년 12위를 기록해 강등된 것을 생각했을 때 11위의 금액으로 리그 10위를 기록한 성남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많은 돈을 투입할수록 팀이 무조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60억 원이라는 예산은 성남시의 전반적인 예산을 고려했을 때도 '돈 먹는 하마'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높은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남FC가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 부여받는 전체 예산은 140억~150억 원으로 성남시 전체 예산의 0.375%에 불과하다.2 

 

또 성남이 시민구단이 아닌 '일화'라는 기업이 운영하던 기업구단일 때 총 노출효과 금액은 최소 915억 원으로 그 중 약 580억 원이 성남시의 노츨효과 금액으로 집계된 바 있다.3 이러한 것들을 고려했을 때 신 시장이 사용한 '돈 먹는 하마'라는 표현을 절대 적절하지 않고 신 시장의 말대로 성남FC의 좋지 못한 성적이 문제가 된다면 해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투자하여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

 

 

또한 성남FC는 시민들이 함께 뛰고 감정을 공유하는 아주 중요한 의사소통의 공간을 제공한다. 신 시장이 성남FC를 단순히 '자신과 정치적 의견이 다른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관련된 돈만 잡아먹고 없어져야 하는 축구팀'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면 이것은 매우 잘못된 착각임에 틀림없다. 나는 10여년 간 성남FC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 축구를 보러 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일화를 떠올리자면, 7년 전 직관을 갔을 때 후반전 추가시간 짜릿한 극장골이 들어가자 모든 관중이 일어나 소리치던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당시 옆에 앉아 있던 처음 보는 학생과 두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공유했고 뒤에서 서서 축구를 보고 계시던 청소부 아저씨와도 짧게 포옹하며 그 짜릿함을 전달했다. 

 

지금도 성남FC의 경기장에서는 골이 들어가면 옆에 사람이 누군지 신경 쓰지 않고 끌어 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경기에 승리할 때마다 모두가 일어나 두 손을 잡고 "사랑한다, 성남"을 외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성남시에서 이렇게 하나 되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가 몇 군데나 될까? 성남시는 특히나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의 갈등이 큰 도시로 무척 유명하고 신 시장도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성남FC의 경기가 열리는 축구경기장은 구도심 사람들, 신도심 사람들 구분할 것 없이 모두 '성남FC'라는 팀의 승리를 위해 소리치고 하나 되는 공간으로 작용하는 성남시 내 거의 유일한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도심과 신도심 사람들 사이 인식의 차이를 좁히도록 돕는 중요한 장소를 없애겠다는 신 시장의 주장은 결코 올바른 판단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성남FC를 시민들이 의사소통하며 감정을 공유하게 돕는 중요한 매개체로 여기고 팀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팀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게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성남FC는 4년 동안 구단주 자리에 앉아 있는 시장이 마음대로 구단의 운명을 정할 수 있는 '시장구단'이 아니라, 성남을 사랑하는 성남시민이 주인인 '시민구단'이다. 시장은 시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함부로 강행해서는 안 되고 시민들이 불만을 느끼는 사항에 대해 시정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만 하는 책임감 있는 자리이다. 성남시민들은 신상진 성남시장이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다. 부디 이 점을 고려하여 성남FC의 매각 또는 해체와 관련된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여 행복한 성남시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32
2.참고 : https://sports.khan.co.kr/sports/sk_index.html?art_id=202208211058003&sec_id=520101&pt=nv
3.참고 : https://www.joynews24.com/view/31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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