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독서 칼럼] 예견된 미래와 예견하지 못한 변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 하나로 어릴 때 처음으로 접한 비극적인 이야기다. 상당히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극 내내 이어진다. 맥베스라는 인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기 전에 잠깐 이야기해볼 주제가 있다.  혹시 타로나 사주를 신뢰하는 편인가? 과거 나는 종종 타로를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타로를 풀이해주는 사람이 해준 말과 나의 상황이 너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곤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해석하기 나름에 따라 나 이외 다른 사람에게도 맞아떨어지는 해석도 많았고 내가 그 당시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풀이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맞아떨어지지 않은 해석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나 이외에도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모호한 미래에 대한 예언조차 이렇게 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데 확실하고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예언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이제부터 맥베스 이야기를 살펴보며 생각해보자.

 

스코틀랜드 글라미스 영주 맥베스 장군은 뱅코와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오는 길에 광야에서 마녀들과 마주친다. 마녀는 맥베스에겐 그가 코더의 영주가 곧 될 것이고 이후 왕위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뱅코에겐 그의 자손으로 왕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언하다. 맥베스와 뱅코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곧 던컨 왕은 맥베스에게 코더 영주의 작위를 하사한다.  우연이었을지 마녀의 예언이 사실이었을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상황에 그는 마녀들의 말을 신뢰하게 된다. 맥베스는 예언을 자신의 아내에게 말하고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를 설득하여 던컨왕을 죽이게 한다. 뱅코는 왕이 된 맥베스를 계속 따르겠다며 충성을 바친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자라난 의심의 싹이 너무 강했을까,  맥베스는 예언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그의 자손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그와 그 어린 아들인 폴리언스를 죽이려고 한다. 다행히도 암살자에게 죽지 않고 폴리언스는 살아남게 된다.

 

맥베스 장군과 뱅코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충성스러운 신하들이었다.  글라미스 영주로서 왕의 명령에 복종했으며 그를 위해 반란군을 진압하였다. 그렇기에 코더 영주의 작위는 어찌보면 마녀들의 예언이 아니었더라도 그에게 주어질 작위었을지도 모른다. 광야에서 들은 예언은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미약한 욕망을 부채질하여 그로 하여금 자신의 군주를 죽이게 만들었다. 마녀들의 예언이 아니었다면 그는 감히 왕의 자리를 탐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예언이 사실이 된 것은 그가 예언을 믿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고 생각한다. 

 

던컨 왕의 아들 중 말콤 왕자가 잉글랜드의 도움으로 다시 왕위를 찾으려고 맥베스를 공격해오고, 맥베스를 싫어하던 귀족도 동참한다. 마녀들의 예언은 "파이프의 영주 맥더프를 조심하라. ""음모를 겁낼 필요 없다. 버남의 숲이 궁전 앞으로 오기 전까지는 절대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여인이 낳은 어떤 인간도 그대를 해칠 힘이 없으니 두려움 없이 용감히 싸우라." 이 세 가지였다. 하지만 결국 맥베스는 맥더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분명 예언에서는 '여인이 낳은 인간'은 그를 해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 죽음 뒤에는 숨겨진 사실이 있다. 바로 맥더스는 우량아인 나머지 자연분만이 불가능했었고 제왕절개로 태어나게 됐던 것이다. 맥더스는 제왕절개로 태어났으니 어떻게 보면 예언은 맞아떨어진 것이다. 말콤을 새 스코틀랜드 왕으로 환영하는 동안 창에 꿰인 맥베스의 목은 군중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맥베스는 자신이 절대 죽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전쟁터에 뛰어들지만 사실 예언된 미래에는 예언되지 않은 변수도 존재했던 것이다.1 (내용참고/대사인용:맥베스,월리엄 셰익스피어,민음사)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을 너무 신뢰하다가 결국 자신을 망친다. 나는 내가 미래를 알게 된다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이미 미래가 예정되어있다면 나 또한 나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지키고 부정적인 미래를 바꾸기 위해 그와 같이 행동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처럼 사람들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지 않더라도 이미 일어나지 않았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을 거라는 의미다. 마녀들의 예언이 정말 진짜인지 맥베스가 믿고 따랐기 때문에 예언대로 일이 진행되었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단언하고 그렇게 되었을 때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어.', '내가 예언했던 대로 되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마녀이자 맥베스인 사람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보장된 미래가 있다 해도 그에 안주하기보단 자기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광야의 마녀들은 지금도 열심히 다음 타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다음 타자는 누가 될까? 그 타자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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