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독서 칼럼] 극복에 대한 비판

무지개 같은 사람

 

미 비포 유는 영화로도 볼 만큼 재미있게 본 책인데 설레이고 풋풋한 로맨스물이라기보단 힐링되는 느낌이 강한 잔잔하고 밝은 느낌의 사랑이야기였다. 인생을 바꾸는 사람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영화 <플립>에서 브라이스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자, 브라이스에게 말한다.“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반짝이는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빛나는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일생에 단 한 번 무지개 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단다.” 당신의 인생에 무지개 같은 사람은 아직 찾아왔을 수도 찾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무지개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인생은 바뀌게 될 것이다. 나는 윌과 루이자는 서로의 인생에 무지개 같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윌은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회사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전신마비 판정을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구와 여자친구가 바람이 나 소중한 사람을 한 꺼번에 잃게 되고 사람에 대한 마음의 문이 굳게 닫히게 된다. 루이자는 6년동안 일하던 카페 사장으로부터 하루 아침에 내일부터 문을 닫게 되었다며 이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청천벼락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만 거대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루이자는 망연자실하게 3개월치 월급봉투를 들고 집에 오지만 남자친구 패트릭과 아빠, 둘 중 그 누구도 루이자에게 전혀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들은 되려 기분이 나쁜 말만 툭툭 던지며 자신들이 세상에 모든 것을 알고있는 현학자인양 루이자를 가르치려고 든다. 루이자는 그러던 중 윌의 임시간병인 자리에 지원하게 되고 윌의 엄마는 경력은 없지만 밝은 에너지를 지닌 루이자의 모습에 그녀를 고용하기로 마음 먹는다. 루이자가 매일 독특한 옷을 입고 시답지 않은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 윌은 그녀를 귀찮아 하지만 루이자와 외출을 하게 된 일이 생기고 그녀의 밝은 모습과 당당한 모습에 반하게 된다. 윌이 루이자에게 반한 순간 윌은 그녀에게서 무지개를 보았을까? 분명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윌은 죽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고수한다. 사람답게 죽고 싶다는 것이 윌의 입장이었다. 루이자는 윌의 죽으려는 계획을 막으려 하지만 결국 윌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그는 자신이 바라던대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윌은 많은 재산을 루이자 앞으로 남기고 루이자는 삶의 각박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참고: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살림 출판사)

 

처음에는 루이자와 윌이 함께 행복하게 될 줄 알았던 결말과 다르게 윌이 죽음을 선택한 것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앞으로 자기의 삶이 순탄치 않을 것이며 루이자에게 짐이 될 것이라 판단한 그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죽지 않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이자에게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여유있는 삶을 선물해줬지만 루이자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책을 읽는 동안 사랑하는 연인을 잃게 된 루이자의 입장에만 감정 이입하여 그가 원망스럽게 느껴졌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윌이 전신마비인 몸으로의 삶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부딪히려고 했으면 더 좋은 삶이 두 사람 앞에 펼쳐지지 않았을까 상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윌은 비장애인으로 살았던 그의 삶은 결코 되찾을 수 없다는 과거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에 괴로워했다. 그가 루이자와 함께 지내며 그제서야 그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그동안은 자신의 상황을 괴로워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자신의 미래가 어떨지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라 추측한다.

 

오히려 그가 계속 괴로운 상태였다면 그는 계속 삶을 지속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직면하고 스스로 어떤 삶을 원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과거의 나의 생각이 상당히 그런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오만함이었음을 깨달았다. 사람답게 죽는 것은 상당히 그에게 지키고 싶은 것이었을테고 더하여 자신의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 루이자가 힘들어 되는 상황을 고려해서 내린 선택이 바로 그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극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왜 나는 어려움이 있으면 무조건 그것에 대항하는 것만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이 인식을 우리 사회의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왜 세상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수만가지의 다른 경우인데 해결책은 하나일까. 극복하지 못한 사람을 우리는 왜 나약하다고 보는 것일까. 마음과 몸이 망신창이가 되더라도 무조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만이 진리인 것처럼 믿게 된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행복해지는 것을 꼭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찾을 필요는 없다. 윌은 루이자를 만남으로써 이 것을 깨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겁한지 아닌지 회피하는 건지 아닌 건지 고민할 필요없다. 당신이 선택한 것이 당신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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