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빈의 독서 칼럼] 잘못 떨어진 먹물에서 시작된 사랑

운영전을 읽고

운영전이라는 소설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한 번이라도 접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운영전>이라는 소설에 대해서 단순히 시험을 위한 암기나 분석이 아닌 이야기를 중심으로 문장과 상황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작가의 선택, 표현을 이해해보며 나만의 주제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운영전은 궁녀 운영과 김 진사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몽유록계 애정 소설이다.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으며 외화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내화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조선 숙종 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수성궁과 천상계를 공간적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선 시대 가장 인기 있었던 한시를 삽입하여 인물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물들의 됨됨이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으며 남녀의 만남과 사랑을 더욱더 운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기존의 고전소설과는 다르게 ‘권선징악’이라는 보편적 주제에서 벗어나 있으며 결말 또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운영전은 조선 시대 당시의 결혼관에서 벗어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과 자유연애 사상을 그려낸다. 


<운영전>은 궁녀들의 구속적인 궁중 생활과 김 진사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각 시대에 만연했던 계층적 차별을 드러내고 이를 비판하고자 한다. <운영전>의 작가는 이중액자식 구조를 사용한다. 작가는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화의 구속적인 궁녀들의 삶, 그리고 운영과 김 진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와 외화의 유영이라는 선비의 이야기를 연결한다. <운영전>의 내화와 외화는 약 100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내화에서 드러난 다양한 계층 사람들의 몰락,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유영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두 사회에서 드러나는 사회 계층이라는 제도화된 폭력은 바뀌지 않았으며 지속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작가의 현실 사회에서도 계층 차별이라는 문제가 여전히 지속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며 독자들이 소설 속 현실의 문제를 의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 관해 깊게 알아보면서 “진사와 운영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회와 신분 제도인데 특이 악당으로 묘사된 이유와 그의 영향은 무엇일까?”와 “운영, 자란과 특은 일차원적으로 보면 같은 신분, 처지에서 비슷한 행동을 했는데 왜 작품에서 운영과 자란은 선하고 용감하게 묘사되고 특은 악당으로 그려졌을까?” 같이 인물들과 관련된 질문들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인물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운영전>의 인물들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사회 속에서 각 계층의 몰락을 보여주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 진사는 양반으로 궁녀인 운영과 ‘행복’을 누리지 못했고, 궁녀들은 ‘자유’를, 특은 노비라는 이유로‘재산’을 얻지 못했다. 안평대군은 누구보다도 남존여비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왕가이지만 여자들에게 글이라는 기회를 주고, 궁녀의 규칙을 어긴 운영에게 잔인해야 했을 때 용서를 해주었다. 나는 한 사람의 몰락이라는 것은 사람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지 않고, 하지 못할 때라고 생각한다. <운영전>에서는 인물 하나하나가 각자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계층 간의 경계를 뛰어넘으려던 궁녀와 양반의 사랑, 특의 도둑질, 안평대군의 사상 파괴는 인물들의 몰락을 뜻한다. 따라서 나는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계층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 이유가 ‘직업이나 역할이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희생자인 것이 그 당시의 사회제도이다.’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처음 접했던 소설을 인물들의 분석, 소설 속에 등장한 장소에 관한 의미, 액자 밖의 이야기 의도 등에 대해 추측해보면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생각의 깊이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조선 후기의 생활 양식과 가치관을 그 당시 쓰여진 소설을 통해 더 배울 수 있었던 시회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운영전>의 주제를 당연시된 폭력적이 사회 제도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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