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시사/심리 칼럼] 혐오로 얼룩진 미디어, 이에 맞서는 대항표현

 

미디어는 점점 발전하고, 사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활발하게 소통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미디어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피어오른 불안과 두려움이 혐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 사람이 차별적인 말을 던지면 가벼운 마음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도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이 칼럼을 제대로 읽기를 바란다. 아무리 가볍게 던진 말이라도, 그 말에 큰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한마디의 말이 가진 힘을 안다면 그 힘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조보다는 대항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칼럼을 쓴다. 

 

‘혐오표현’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과 폭력을 유도하여 차별을 정당화하고 조장 및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이라고 규정했다.1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그 집단을 사회적으로 고립되게 만드는 등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혐오표현은 소셜미디어나 여러 플랫폼의 댓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혐오표현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부터 지속된 전염병 사태로 인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심해졌다. 이는 아시아인 증오 범죄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혐오표현에 대한 책의 출간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혐오표현에 대한 명확한 규제는 부족한 상황이다. 혐오표현에 대한 형사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정당한 의견 제시도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만약 무죄로 결론 내려진 표현이 있다면 그 정도의 표현은 괜찮다는 인식이 퍼질 수도 있다. 즉, 오히려 사람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표현을 죄책감 없이 사용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혐오표현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여론을 바꾸면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대항표현’이다. 대항표현은 문자 그대로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표현이다. 차별에 반대하며 평등을 지지하는 모든 표현이 대항표현이 될 수 있다. 혐오표현이 미디어에 널리 퍼지는 이유는 사람들의 동조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반대로 이용하면, 긍정적인 표현들로 가득 찬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한 축구 경기에서 선수에게 바나나를 던지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관중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유명 축구 선수들이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 인종차별을 반대한다(We are all monkeys, Say no to racism)"라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려 대응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캠페인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차별에 맞서 싸웠다.2 이는 꽤 오래전의 사례이지만 대항표현의 긍정적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에도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앞으로 이러한 캠페인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 대항표현이 혐오표현을 압도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혐오표현을 발견하면 동조보다는 대항을 선택하자.

 

인용: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리포트>

참고: 이로운넷 기사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3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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