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죽었다

진보주의자가 말하는 진보 진영의 실패 이유

 

 

2016년 10월 29일, 국민들이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의 지나친 국정 농단, 최순실 게이트, 세월호 참사 대응 부실 등의 이유로 국민들은 분노했고, 이는 ‘촛불 혁명’이라는 커다란 개혁을 완성시켰다. 국민들은 꿈에 부풀었다. 지난 보수(保守) 정권들이 너무 못했기에, 이제는 진보(進步)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아니, 아무래도 이명박, 박근혜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민들에게 문재인은 빛이었으며, 워낙에 후광 효과가 좋았기에 대선(大選)에서는 물론 지방선거, 총선(總選)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정권 임기 말에 이른 지금, 그의 지지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추락했으며, 더 이상 국민들은 그를 희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4.7 재·보궐(補闕)선거의 결과는 진보의 몰락을 정확히 보여줬다. 서울, 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은 국민의힘(보수당)에 참패했다. 국민의힘 정당 후보 저마다의 의혹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은 압도적인 차이로 실패했다. 엄청난 투표율이었다. 이것이 무엇을 보여주는가? 정부에 대한,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다.

 

나는 감히 ‘진보는 죽었다’고 표현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진보를 싫어하냐고? 그것도 아니다. 근본적으로 나는 진보주의자이다. 때문에 이 글은 그저 정부 여당에 대한 비난과 보수 진영의 지지를 위한 글이 아니라, 진보 진영의 과오에 대한 성찰과 각성을 요구하는 글이다. 서론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글에는 나의 개인적 정치 의견이 가히 담길 것이며, 중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과한 비판에 대한 형식상의 사과 따위는 일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진보주의자의 입장에서 본 현대 한국 진보 진영의 문제점, 그리고 변모된 선거의 모습에 대해 다룰 것이므로 읽을 만한 가치가 아예 없진 않을 것이라 감히 자평한다. 나는 이 글을 많은 젊은 세대들이, 특히 진보주의자들이 봤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우물 안의 개구리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진보 진영 지지를 연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왜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을까? 우선 문 정부가 실패하지 않았다는 극좌(極左)스러운 말은 하지 않겠다. 경제는 무너졌고, 나라 빚은 늘어나고, 집값은 급등했다. 이 같은 경제적인 면에서 벗어나서도 여러 공직자들의 비리 의혹, 대북(對北) 정책 실패, 거대 여당(與黨)의 독자적 운영 등으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극우(極右)들의 가짜 뉴스 등으로 인한 과도한 부풀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며, 부정할 수 없다. 아, 코로나19 탓도 정도껏이다. 정권 말에 발생한 역병이지 않은가? 우리는 진보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가장 비난의 원인이 되는 이슈는 ‘집값’이다. 이론상으로는 진보의 정책이 그럴듯할지도 모른다. 국가가 부자들에게서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걷어 공공임대주택을 만들면, 국민들은 세입자로 들어와 살면 된다. 하지만 그럼 ‘내 집 마련’은 어떻게 하는가? 집값은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되지만은 않는다. 부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원한다. 때문에 세금이 올라가면 집값을 더 올려 이를 만회하고자 할 것이다. 당연한 일 아닌가? 진보는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물론 부자들의 이기심이 제일(第一)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럼, 정책을 시도해놓고 오히려 집값이 올랐으면, “어? 제 예상과 다르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부자들의 탓으로 넘길 것인가? 정치인들에게는 시행착오이겠지만 당장 생존에 필요한 ‘주(住)’가 보장되지 않은 국민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다. 월세에 만족하라는 식의 진보의 경제 정책은 그 엄청난 무능과 모순에 적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다음으로는 여당의 독재 때문이다. 여당은 모순적이었다. 우선 국민들은 개혁을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처음 그들을 뽑을 때는 오히려 속 시원한 개혁을 소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의 개혁은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개혁이었다. 어찌 보면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개혁이라는 숭고한 단어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명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대표자들이다. 여러 공직자들은 국민들 앞에 밉보였고, 이는 고스란히 정부 여당의 책임으로 넘어갔다. 나아가 검찰 개혁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등의 문제는 겉으로는 정의롭고 공정을 추구하는 일인 듯했지만 가시적인 실효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이렇기에, 문재인 정부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무능한 정권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들은 개혁이란 말에 속지 않는다. 민주당이 말하는 개혁이 자신들이 생각하던 것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윤리성보다 능력을 보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예를 들면 경제 성장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어쩌면 이대로 가다간 향후 대선에서 진보 정권의 재집권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는 점점 최선을 선택하기보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선거만을 위한 이기적인 정치적 공방, 불필요한 다툼 등으로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엔 대한민국엔 '진짜 정치'가 너무나도 절실하다. 솔직히 나는 진보가 다시 바로 섰으면 좋겠다. (내가 진보주의자이기에.)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7대 악덕 중 여섯 번째는 '신념(철학) 없는 정치'다. 한국 정치인들은 과연 신념을 가지고 일할까? 신념보다 정치적 성공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지난 보수 정권의 과오로 인해 어둠 속의 빛과 같은 존재로 각광받는 것보다, 진보 그 고유의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고, 그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한국 사회에 올바르게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 정치인들이 이 글을 볼 확률은 매우 희박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국민적 의식으로, 아니 진보 진영의 여론으로 점차 확산해 나간다면, 진보에 희망이 아예 없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글을 맺겠다. 너무나 어려운 주제였고, 감히 정치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많이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교육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으로서, 언젠가는 이런 내용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었다. 당연히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글의 문맥이 정확했는지, 어휘력이나 논리성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걱정되지만, 나름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기에 만족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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