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서의 시사 칼럼] 내가 사는 공간에도 갑질이 일어난다

윤리적 관점으로 본 아파트 경비원 갑질에 대한 해결방안

아파트 주민의 폭행, 폭언으로 자살을 택한 경비원, 입주민들의 갑질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비원 등을 보며 아파트 속에서 ‘을’의 위치에 처한 사람들의 현실을 마주했다. 아파트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입주민과 경비원 관계의 평등성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됐다. 단순히 고용, 피고용에 따라 수평적 관계가 아닌 갑을관계가 정해지는 원인과 이를 해결할 방안을 탐구하기 위해서 우리 주변의 상대적 약자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감정노동으로 고통 받는 경비원에 대한 처우개선이 진정한 수평적 관계 논의를 위한 우리가 해결해야할 가장 가까운 과제라고 생각하기에 이 주제를 칼럼으로 쓰고자 한다.

 

청소원과 경비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한 경기도의 조치에 도민 대다수가 좋은 점수를 줬다. 경기도가 만19세 이상 도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정현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이번 근무환경 개선사업에 대해 ‘충분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은 16%에 불과했다. 경기도가 추진한 현장노동자 근무환경 개선사업을 민간 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려 82%의 도민들이 찬성했다.1

 

하지만 위 연구만으로 경비원 근무 환경에 대한 현실적인 실태조사와 경비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위 연구조사들 중 경기도민의 인식에 대한 조사는 경기도의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제대로 부합하지 않다. 갑질 횡포 경험 및 관련 인식 조사 결과도 한국사회의 을에 대한 인식 조사가 이뤄진 것이지 시민들이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원을 면담하고 경비원에 대한 인식을 직접 설문조사해봄으로써 더 생생한 칼럼을 제작하고자 앞선 연구를 바탕으로 경비원 면담 질문지와 경비원에 대한 시민의식 설문지를 제작했다. 자체적으로 정발고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참가자들 모두 성실히 답변했다.

 

주요 질문들을 살펴 보면 경비원 갑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에 대한 질문에는 1. 그들의 직업과 상관없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76.6%) 2. 내가 경비원이라면 기분 나쁠 것 같기 때문이다. (23.4%)라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 경비원 갑질이 발생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에 대해서는 1. 경비원에 대한 인식 개선이 안 이뤄져서(66.7%) 2. 경비원이 비정규직이라서(13.3%), 2.경비원의 인성문제 때문에(13.3%), 4. 잘 모르겠다.(6.7%) 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경비원이랑 입주민이랑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나요?에 대한 질문에1. 무조건 평등한 관계이다(80%), 2. 고용관계이다(13.3%), 3. 우리가 경비원분들한테 도움 받는 입장이다(6.7%) 라는 답변을 얻었다.

 

80%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비원과 입주민들을 평등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답했다. 물론 고용관계, 도움을 받는 관계라는 답변도 있지만 경비원 갑질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0%인 것을 보면 직업의 특수성에 따라 그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갑질은 발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업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기 때문에, 내가 경비원이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라는  답변을 통해 학생들이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그들의 입장에서로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갑질 문제가 주민들의 인성 문제 때문이라고 답한 이유 중에 주민들이 경비원을 노예나 종으로 생각해서 갑질이 발생한다는 답변이 있었는데 경비원 인터뷰에서도 위와 같은 답변이 나왔다. 이를 통해 일부 주민들이 경비원과 자신과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바라보고 자신들을 갑, 경비원을 을이라고 여겨 갑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을 윤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먼저 동양윤리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자의 사상과 연관 지을 수 있다. 공자가 강조한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타인을 아끼려는 마음에서 우러난 것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인의 실천원리 ‘서’를 따라야 한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자세가 요구되는데 이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경비원에게 명령하는 주민들에게 이런 덕목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만물에 우열이 없다고 주장한 장자에 따르면 주민들과 경비원의 관계는 갑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우열이 없는 수평적 관계로 봐야한다. 평화를 중요시 했던 묵자가 나와 남을 차별적, 즉 적대적으로 대우할 때 갈등이 발생하며 경비원 갑질 문제도 이를 원인이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차별없이 사랑하고 이익을 나누어야 세상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겸애교리’를 실천해야한다.


이번에는 서양윤리 측면에서 살펴보자. 여성 윤리학자 길리건, 나딩스의 배려윤리에 따라 도덕 행위의 근원을 따뜻한 배려의 감정으로 보고 관계성, 상호성을 중시하는 것을 통해 주민들과 경비원의 관계를 평등한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


동서양 공통적인 관점은 개인우월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수평적인 주민과 경비원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해석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비원과 주민들의 관계는 평등하며 갑질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위 윤리 사상의 실천하면 주민들의 경비원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적인 전망이 보인다.


경비원 갑질을 예방하기 위한 것은 특별기간을 만들어 갑질 재발을 예방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갑질 재발을 막기 전에 애초에 갑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기 대응을 해야한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갑질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선 갑질을 예방할 수 있도록 경비원 업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추가 업무시 당연히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산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지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우선 필요하다. 경비원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시민들이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갑질에 대해 문제의식이 생기고,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애도를 표한 덕분에 여론이 형성되고 정부와 각 지자체의 대응이 이뤄진 것이다.  아파트 속 ‘을’의 위치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려면 법, 제도 마련과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이웃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묵자의 명언처럼,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유명한 사자성어 “역지사지”의 자세로 주변사람을 대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우리의 이런 작은 마음가짐으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감정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른 근로자들의 고용의 수평적 관계에 대해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1.인용  https://kidd.co.kr/news/20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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