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의 독서 칼럼] 떠나간 뒷모습

<죽은자의 집청소>를 읽고 나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과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죽음이라는 단어 그 자체로도 어두운 이미지이지만 청춘의 죽음은 남 일 같지 않아 더욱 나의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최근 본 한 기사에서는 고시원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창문이 있는 방의 사람들은 모두 탈출했지만, 창문이 없었던 방의 사람들은 탈출을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보았다. 창문의 유무는 단 4만 원의 가격 차이에 불과했다.(참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1211982069252) ‘4만 원’, 아주 적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다고 보기 힘든 이 치킨 2번 먹을 수 있는 금액, 옷 한 벌 사면 없어지는 금액 때문에 푸르른 청춘들이 희생당한 것이다. 오늘은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을 담은 책에 관해 소개 해보려 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은 특수청소업자의 경험을 담은 책으로 여러 죽음의 현장을 자신이 느낀 감정과 함께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죽음을 선택하거나 죽게 되었다. 대부분의 청소 현장은 가족이나 주변 지인이 아닌 월세가 밀릴 대로 밀려 돈을 받으러 온 건물주나 이상한 냄새에 항의하러 온 이웃 주민에 의해서 발견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너무 착했던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현장에만 가면 나는 숨길 수 없는 냄새가 특이하게도 이 집 앞에서는 안 났다고 한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 스스로 테이프로 방을 막고, 그 틈새를 또 채워 냄새를 막기 위해 모든 준비를 다 했다. 집은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보던 집들과는 다르게 마치 청소하실 분에게 배려하듯이 모두 치워져 있었고,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겨놓았다. 죽기 직전까지 누군가를 배려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무엇이 이렇게 착한 그녀를 내몰았는지 그 현실이 너무 잔혹하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잔혹한 현실이 언제까지 남의 일로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약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에 들어간다면 나는 부모님께 부담이 덜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4만 원이라는 가격을 줄여 창문이 없는 방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만약 끊임없는 불행으로 지쳐 있다면 끊임없이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사연으로 끊임없이 절벽 끝으로 내몰아진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이런 청춘의 소식들이 더욱 가슴 아픈 건 언젠가 내 주변의 누군가, 혹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때마다 나는 힘들어하는 그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그 사람들의 곁에 누군가가 있어 주었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다면 어땠을까? 혹시라도 내가 손을 뻗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백 번이라도 손을 뻗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도움이란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별 생각을 했던 말도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의 대상을 너무 멀리서 찾는 것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한마디 말로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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