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의 KPOP 칼럼] 세계관에 잡아먹힌 아이돌

???: 저도 좀 알려주세요

요즘 아이돌들은 그룹마다 세계관이 있다. 지난 9월에는 FNC엔터테인먼트에서 P1H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아이돌 세계관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한 것인데, 대단히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또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세계관도 드라마화 예정이다. 이렇게 아이돌 세계관은 곡에 담기는 짧고 간단한 스토리텔링이 정도가 아니라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로 촘촘하고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초는 엑소가 아닐까? 태양계 밖에 있는 Exo Planet이라는 행성과 관련된 세계관과 함께 엑소는 멤버마다 초능력이 있다는 컨셉을 가지고 데뷔했다. MAMA 뮤직비디오 도입부에는 영어 내레이션과 함께 엑소의 세계관 배경을 담은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자신들의 컨셉에 대해 소개하며 더욱 엑소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를 불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신들의 세계관을 알려주지 않는다. 본인들만 알고 있고 하나씩 추리 요소를 주며 팬들이 추측하게 되었다. 이렇게 팬들이 아이돌의 세계관을 추리하는 행동과 추리한 생각이나 의견을 '궁예', 새로운 추리 요소를 '떡밥(세계관 추리 요소뿐만 아니라 소비할 자료가 나오면 그냥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다)'이라고 한다.

 

 

스토리텔링은 물론 중요하고, 좋은 작용을 하기도 한다. 결론이 난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를 담은 경우가 대부분,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라 하더라도 천천히 풀어내기 때문에 팬들은 아이돌의 다음 컴백을 더 기대하고 응원하게 되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를 여러 번 돌려보고 노래를 여러 번 들으며 가사를 곱씹는 등 기존에 있던 콘텐츠를 더 소비하게 된다. 팬들은 세계관을 추리하며 즐거움을 얻고, 자신들의 궁예를 공유하며 더 궁예에 몰입하게 된다. 또 나중에 다른 떡밥에서 자신의 궁예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뿌듯해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돌 세계관의 단점은 생각보다 더 크다. 아이돌이라는 것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 갑자기 무너질지 모른다. 아이돌이 잘못하거나, 논란을 일으키거나 등 아이돌 및 공인의 도리에 어긋난다면 그룹에서 해당 멤버가 퇴출당하거나 탈퇴할 수도 있다. 혹은 건강상의 문제나 그 외의 사적인 이유로 아이돌 활동이 어려울 때에는 세계관의 붕괴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대부분의 세계관에서는 멤버 개개인이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멤버가 빠져버리면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이돌의 세계관이 팬 유입에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대중들은 아이돌에게 세계관이 있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쓴다. 노래가 좋아야 들고 나서 관심을 가질까 말까다. 채널을 돌리다 무대를 보고 춤을 잘 춰야 눈길이 갈까 말까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기획사가 세계관에 왜 목을 매는지 이해를 잘 못 하겠다. 물론 목을 매지 않는 기획사도 있다. 곡마다 부여하는, 무겁지 않은(주제는 무거울지 몰라도) 스토리텔링이 더 긍정적 효과를 부를 것이라 생각한다.

 

방탄소년단과 (여자)아이들을 예로 들겠다. 먼저 방탄소년단은 2015년 화양연화 앨범을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 자신들의 세계관을 풀어내었다. 그러나 이게 무엇인지 도통 모를 장면들의 연속으로 팬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전에는 사회에서 자신들의 뜻을 당당히 말하는 청소년 상을 밀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으나 화양연화 시리즈는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영상들로 이루어진 뮤직비디오는 무언가 뜻이 담긴 것 같긴 하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 난해하기만 하다.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지만 그게 이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해석하기 힘들다. 팬들은 이 의문투성이인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며 궁예를 한다. 왜 세계관에 대해 정보를 적게 주고 추리를 하게 만든 건지 의도를 읽기 어렵다. 화양연화 시리즈가 끝난 줄 알았으나 갑자기 2018년에 프롤로그 영상이 올라오며 팬들은 다시 궁예를 시작했다.

 

(여자)아이들은 곡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겨 있다. 사랑의 감정, 배신과 이별, 그리고 혼자 남겨진 감정,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끌리는 마음 등을 표현한다. 활자로 보면 다른 아이돌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뮤직비디오나 무대를 하나만 보더라도 다른 그룹과의 차별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흔한 소재와 주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또 완성도 높게 표현해내며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들이 나온다. 이렇게 세계관은 그 내용보다 그 세계관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중요하고, 떡밥을 얼마나 유하게 풀어주느냐도 관건이다.

 

세계관의 이점을 잘 살린다면 팬층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이점을 잘 살려서 좋은 마케팅 요소로 이용하기를 바라며 칼럼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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